지난 4월 10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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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로만 의원을 뽑는 국가는 스페인·네덜란드·튀르키예·스위스 등 23개국이다. 한국처럼 다수대표(지역구 의원)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해서 의원을 뽑는 국가는 일본·독일·이탈리아 등 8개국이다. 이 중 한국은 전체 의석 수 300석 중 비례대표가 47석(16%)으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독일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각각 299명씩 일 대 일 비율(50%)로 뽑는다. OECD 국가 중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호주 등 5개국뿐이다.
선거법 전문가인 장승진(정치외교학) 국민대 교수는 “비례대표제는 사표(死票) 방지와 다양한 직능성 보장이란 측면에서 효과적인 제도”라며 “다만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건 애초 도입 취지가 왜곡됐고 기형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비례대표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63년 6대 총선에서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전국구 의원에 44명을 배정하고 무조건 제1당에 과반수를 주는 제도였다. 그 결과 소선거구제하에서 전국 득표율 34%에 불과했던 민주공화당이 의석의 63%(총 175석 중 110석)를 차지했다.
1963년 11월 26일 치러진 제6대 총선에서 유권자가 투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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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국구 도입에 관여한 김종필(JP)은 훗날 중앙일보에 연재한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에서 “(당시) 명분은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을 국회에 동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북 출신 (5·16) 혁명 동지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 목적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전두환 정부 땐 전국구 의석 3분의 2를 제1당에 우선 배분하는 형태로 개정하면서 비례대표제는 더 변질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비례대표제 논란의 핵심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규섭(언론정보학) 서울대 교수는 “선거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과거와 같이 악용될 소지는 많이 사라졌다”며 “그럼에도 현재 문제점이 나타나는 건 악습을 놓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능력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폐단이 있으면 수정·보완이 먼저지, 무턱대고 없애자는 건 ‘반정치주의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장승진 교수 역시 “비례대표제는 축소가 아닌 유지·확대로 가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비례대표가 의정 활동보다 차기 지역구 찾기에 골몰하는 게 문제라면, 비례대표를 다시 비례대표로 재공천하는 것이 방안일 수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게 아니라, 당원 투표로 순번을 정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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