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범죄를 또 저지를 위험이 높은 전과자를 지정된 시설에서 살게 하는 법을 법무부가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형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불거졌던 반발과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헌법에 보장된 거주와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현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9살 소녀 제시카가 아동 성폭행 전과자에게 강간 살해당한 뒤 분노 속에 제정된 '제시카법'.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학교 등 아동이 많은 곳 주변에서는 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우리 정부도 같은 취지의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입법예고합니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해도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하는 걸 막고, 국가가 정한 시설에서만 살도록 강제하는 게 골자입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거주할지는 국민의 일상적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13살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가운데 10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고위험 성폭력범이 대상인데, 조두순, 박병화 같은 이미 출소한 이들에게도 소급해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법무부는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시설 지정을 위한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형기를 마쳤는데 또다시 강제 조치를 부과하는 '이중처벌'일 수 있는 데다,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단을 강제해 약물 치료를 받게 하는 것도 인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장영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기존 1월 발표안은) 아주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선택 가능성을 남겨놓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본인의 선택 가능성 자체를 아예 박탈하는 거죠. 인권의 과도한 침해 아니냐 이런 얘기는 나올 수밖에 없겠죠.]
법무부는 시설에서도 직장생활이 가능하고 등하교 시간 등 특정 시간에만 출입을 제한하는 거라고 밝혔지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진원)
여현교 기자 yh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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