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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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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걸리고, 당적 5번 옮기고…'꼼수'가 키운 최악 비례대표 [비례대표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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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은 후 같은 당 김의겸 의원(오른쪽)의 격려를 받으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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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열린민주당 출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경찰의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허위사실로 밝혀졌지만,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경찰이 적용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이재명 대표 영장전담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대학동기”라는 허위사실을 말해 또다시 논란을 빚었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다음달 국민의힘-시대전환 합당이 이뤄지면 국민의힘 소속이 된다. 2016년 정치권에 입문한 뒤 무소속→민주당→시대전환→더불어시민당→시대전환 순으로 당적을 바꿨는데 이번에 여당에 합류하면 다섯번째 당적교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 나서기 위해 당을 옮긴 기회주의적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로 60년을 맞는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를 두고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당초 비례대표제는 지역 대표성을 띄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직능을 대표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중앙당의 줄세우기와 자질론 시비 등으로 그간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2020년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교묘히 활용한 ‘위성정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이 대거 양산되고, 이들의 3년 6개월간 의정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 47명 중 정의당 5명, 국민의당 3명을 제외한 39명(미래한국당 19명, 더불어시민당 17명, 열린민주당 3명)은 위성정당 출신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시 급조된 위성정당은 제대로 된 검증 과정도 건너뛴 채 후보를 확정했다. 이 때문에 자질이 부족한 이들의 국회 입성이 사실상 프리패스였다”며 “지난 3년 6개월의 의정활동을 훑어봐도 정책적으로 돋보인 비례대표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①공격 최선봉에



실제로 21대 비례대표 의원의 활동을 뜯어보면 전문성보다는 정파성이 강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처럼회’ 소속이었던 최강욱 전 의원은 2021년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앞장섰다. 당시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허위 인턴증명서’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었다. 관련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검찰 등 사법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해 논란을 빚었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언론인 출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기간이던 2021년 11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머리 염색을 하자 ‘포르노 배우’에 비유했다. 올해 4월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처리를 강행했을 때는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가슴 아픈 현실 아닌가.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논의했다”고 말해 조롱이 쏟아졌다. 그는 최근에는 자신의 보좌진을 부당해고했다는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를 주장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인이 알아보지 못하는 한글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다. 9월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키우기 위해 미국 뉴욕도 방문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비례대표 의원은 당 지도부 눈도장을 찍어야만 향후 공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를 자임했고, 지도부는 그들을 ‘전위부대’로 써먹곤 했다”라며 “결과적으로 초당적 의제를 이끌어가야 할 비례대표가 오히려 극단적 진영 논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②돈 문제와 막말 시비



민주당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3년의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1심에서 인정횡령액은 1718만원이었지만, 2심에선 8000만원으로 커졌다. 윤 의원은 9월 도쿄에서 열린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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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닥터카를 타고 현장에 간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활동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의사면허를 가진 신 의원의 활동에 초기에는 호의적 여론이 일었지만 이후 닥터카 탑승 사실이 알려지면서 응급의료법 위반 논란을 빚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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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몫으로 국회에 입성한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응급의료종사자만 탈 수 있는 ‘닥터카’(응급구조차량)를 탑승한 채 현장에 가 논란을 빚었다. 변호사 출신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020년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직후 부동산 명의신탁,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불거져 당에서 제명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현 국민의힘 의원)은 9월 자신의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막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9~2020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등 거친 말을 했다. 그는 곧장 “적절치 않았다”고 사과했지만, 여권에서도 “애초 그런 말을 한 것 자체가 도를 지나쳤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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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내 지역구 찾기에 올인



비례대표 의원은 통상 임기 후반기가 되면 자신의 ‘지역구 찾기’에 골몰하곤 한다. 비례대표로 재공천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의정활동보다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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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3월 28일 오전 김형두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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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선 김의겸(전북 군산)·양이원영(경기 광명을)·이수진(비례·서울 서대문갑) 의원, 국민의힘에서는 허은아(서울 동대문을)·최승재(서울 마포갑) 의원 등이 현역 지역구 의원이 있는 곳을 출마지로 삼고 뛰고 있다. 한 국회 보좌진은 “우리 의원(비례대표)은 예비 출마지에 툭하면 내려가 각종 행사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며 “그래야 해당 지역 당내 경선이라도 통과할 수 있지 않겠나. 임기 후반기는 솔직히 지역구 의원이랑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찾아 이사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당선인이던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4월 같은 당 김웅 의원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으로 이사했다가 얼마 뒤 경기 하남으로 다시 이사갔다. 여권에서는 “하남의 인구가 늘어 분구가 유력한 데, 이를 노리고 움직이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꼼수 위성정당의 꼼수 경쟁…양당제 강화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을 높이는 새로운 선거법은 정치개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19년 12월 27일 당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논평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이하 4+1)’가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내놓은 환영의 목소리였다. 이날 4+1은 여야 합의 처리가 관례였던 선거법 개정안을 제1야당(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통과를 원한 민주당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란 소수정당이 야합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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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동안 심재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항의하다 제지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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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도입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주요 내용이었다. 정의당처럼 지역 기반이 낮은 대신 상대적으로 정당 득표율이 높은 소수정당에 유리한 반면, 거대 양당의 경우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을수록 확보할 수 있는 비례의석이 줄어드는 특이한 구조로 설계됐다. 당시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선 기필코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겠다”(김종대 수석대변인)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의당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개정안엔 허점이 있었다. 거대 정당이 별도의 위성정당을 내세운 뒤 지역구 공천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세울 경우 막을 방법이 없었다. 실제로 개정안에 반대해 ‘위성정당’ 출범을 예고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고, 이에 뒤질세라 선거제 개편을 주도했던 민주당도 꼼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탄생하도록 막후에서 움직였다.

특히 더불어시민당은 위성정당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시민단체 및 일부 소수정당을 포함한 ‘범여권 비례연합’을 표방했다. 이에 시민당은 민주당 외부인사를 비례대표 1~10번까지 전진배치했는데 대부분 강경·급진 성향이 강했다. 이들 중엔 21대 국회 내내 논란을 부른 양이원영ㆍ윤미향 의원 등이 포함됐다.

또 민주당의 총선 전략에서 배제된 정봉주·손혜원 전 의원은 열린민주당을 창당해 어부지리를 노렸다. 결국 열린민주당은 김진애·최강욱 의원 등 비례대표 3석을 얻었는데, 김진애 의원은 회기 도중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사퇴해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의겸(비례 4번) 의원이 국회 입성하는 계기가 됐다.

21대 총선 결과 비례대표 47석 중 범여권은 20석(시민당 17석ㆍ열린민주당 3석), 한국당은 19석을 차지했다. 남은 8석을 정의당(5석)과 국민의당(3석)이 나눠 가졌다. 지역구를 합치면 범여권(민주당·시민당·열린민주당)과 보수진영(통합당·한국당)이 전체 300석 중 286석을 차지해 소수정당의 입지는 이전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다당제를 지향했던 개정안이 꼼수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양당제 강화 도구로 변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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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위성정당을 비롯한 비례정당이 35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했다. 정당투표용지는 마스크의 두배 정도인 48.1cm나 돼 투표지분류기에 넣을 수 없어 수개표됐다. 사진은 2020년 4월 대전의 한 인쇄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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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과정도 꼼수의 연속이었다. 시민당과 한국당은 앞선 기호를 받기 위해 각각 8명, 20명의 현역 의원을 모당(母黨)인 민주당과 통합당에서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기호 4번, 시민당은 5번을 받았다. 현역의원이 6명이던 정의당(6번)보다 앞선 번호였다. 의원 꿔주기를 통해 국회 의석수에 따라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은 각각 한국당 61억원, 시민당 24억원을 받았다. 전국 득표율 3%만 얻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게 돼 창당 열풍도 일었다. 역대 최다인 35개 정당이 중앙선관위에 등록해 투표용지 길이가 48.1㎝에 달하기도 했다.

위성정당을 급조하다 보니 공천 잡음도 잇따랐다. 시민당의 경우 비례대표 후보 공모를 시작한 날부터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후보를 확정했다. 한국당은 한선교 대표와 공병호 공관위원장이 주도해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모당인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반대로 전면 백지화하는 파동을 겪었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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