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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박정훈 앵커의 한마디] 검찰총장의 조용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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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원석 검찰총장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압수수색할 때 압수수색한다고 많이 한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게 법률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습니다. 검찰 집단이 그렇게 부패한 집단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저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여기서 내가 왜 밤새워 일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다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어제 국감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적폐청산 수사에는 잘한다고 박수치더니 이재명 대표 수사한다고 이렇게 검찰을 매도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내재된 말들이었습니다. 전남 보성 출신인 이 총장은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5.18 민주화운동 때 피 흘리며 집으로 쫒겨 온 대학생을 가족들이 치료해준 일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고 하죠. 그 날 이후 정의에 대해 더 깊게 고민했다고 하는데, 검찰총장이 된 뒤에도 '정의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신뢰를 생명으로 여겨왔다고 합니다.

이원석 취임사
"국민의 신뢰 없이는 단 한순간도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어두운 방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야 합니다."

"검사는 실력과 겸손 두 가지"라고도 했는데,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6주 동안 먹고 자느라 부인이 속옷을 갖다줄 때만 갓 태어난 아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에만 매진했던 검사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사했던 그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30년 검사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수사라고 했습니다. 정당한 수사에 정치색을 덧칠해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매일 같이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매도하고, 수사 검사들의 실명까지 공개하는 거대야당 앞에서 일선 수사 검사들이 느낄 그 압박을 이 총장은 온몸으로 막아섰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이 총장의 의연하고 담담한 항변들은 적지 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좀 더 들어볼까요?

이원석|검찰총장 (어제)
"우리 진영에 도움이 되면 모든 것이 바람직하고 우리 진영에 도움이 안되는 것은 모든 것이 잘못됐다 이렇게 하시면 저희가 설 땅이 없습니다. 검찰은 정당을 위해서도 정권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팔다리이고 눈과 귀입니다."

검찰은 특정 진영이나 특정 정권,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 평범한 그 말들이 오늘은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오늘 앵커의 한마디는 '검찰총장의 조용한 항변'이었습니다.



박정훈 기자(sunshade3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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