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안되려면…日학자 "韓 저출산 해결, 지금이 골든타임"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서 발표

"빠른 경제성장, 부모들의 육아·교육 경쟁이 저출산 원인"

기자간담회 하는 야마다 마사히로(오른쪽) 교수 [촬영 성서호]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일본의 인구 정책은 대실패입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산이 문제가 된 지 얼마 안 됐고 고령화율이 아직 10%대니까 앞으로 잘하면 반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는 2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 앞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결혼과 연애를 비롯한 가족·젠더·청년 문제를 연구해왔고, 일본 가족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패러사이트 싱글'(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부모에 기대 사는 미혼자), '콘카츠'(결혼활동)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본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야마다 교수는 빠른 경제성장, 과도하게 남의 눈치를 보며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는 문화, 그리고 극심한 경쟁이 한국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이가 고생이나 비참한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동아시아 국가 부모들의 공통 특징"이라며 "그런데 한국과 중국은 경제 성장이 가파르게 이뤄져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체면 지키기 수준이 일본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앞서 30년 정도 경제 성장이 지체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지원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은 가파른 성장을 겪으면서 아이들에게 돈을 더 써야 덜 부끄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일본은 그나마 "행복하게 쇠퇴"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도 못한 거 같다는 게 야마다 교수의 진단이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젊은 층은 포기한 채로 현실에서 경쟁하려 하지 않으니 행복하다. 한국은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사회에서 배제돼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며 불행한 채로 쇠퇴해 가는 한국 사회를 우려했다.

발표하는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 [촬영 성서호]

야마다 교수는 일본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대실패'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은 정책을 세울 때 '금기'를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 생각에 한국에서는 교육비가 많이 드는 게 저출산의 한 원인"이라며 "자녀 교육비를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파른 고령화도 지적하면서 "지금 손 쓰지 않으면 한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본을 추월해서 역(逆) 프라미드 인구구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연금으로 고령화 문제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은 1973년 2.14명이었으나 지난해 현재 1.26명으로 줄었다.

출생아 수가 줄면서 2008년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됐고, 작년에는 인구 약 80만명이 줄었다.

한국은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생아 수는 9개월째 감소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인구는 44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한국에서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고령화율)은 2012년 11.0%에서 지난해 17.0%로 급상승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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