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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선 넘지 말고 다섯 세면서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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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바라밀 실천하면 전쟁 안 일어나"

"가족과 함께하는 태고종은 인간적…어떤 종단보다 수행정진 열심히"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상진스님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23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전쟁은 육바라밀을 실천하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해 불교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육바라밀(六波羅蜜)은 보살이 열반에 이르기 위해 따라야 할 여섯 덕목을 일컫는 불교 교리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를 말한다.

취임 100일을 계기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태고종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상진스님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가 화를 다스리지 못해서 벌어진다고 진단하고서 "절대 선을 넘지 말라", "다섯을 세면서 참으라"고 당부했다.

1956년생인 상진스님은 32세 때인 1988년 출가했다. 1991년 철화스님을 스승으로 사미계를, 2011년 혜초스님을 은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태고종 종립 동방불교대학 학생과장, 마산 원각사 주지, 태고종 총무원 문화부장·교무부장, 태고종 중앙종회 의원 및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올해 6월 27일 28대 총무원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상진스님과의 문답 요지.

--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갈등과 대립이 첨예하다.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마구잡이로 살상하는 사건도 있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기도 한다.

▲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은 평화다. 육바라밀이라는 가르침을 얘기하고 싶다.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보시라고 하면 뭔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음으로 베푸는 것도 보시다. 상대방이 힘들고 어려우면 내가 마음으로 그를 감싸주고 안아주는 것도 보시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사회가 평화로울 것이다. 지계는 지켜야 할 계율이다. 운전하다 차선을 위반하면 교통사고가 난다. 삶에서 지켜야 할 선을 절대 넘지 말라.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닌데 간섭한다. 그러면 불화가 일어난다. 내가 할 도리만 잘하면 절대 불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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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사건 현장 인근의 추모공간 헌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욕은 모욕을 참으라는 것인가.

▲ 망치를 들고 나를 때려도 참아야 한다는 것이 인욕이다. 못 참기 때문에 (상대가) 더 때리는 것이다. 참으면 세 번 할 것이 한 번으로 끝난다. 그런데 덤벼들면 열 번이 된다. 정진은 노력하는 것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노력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남의 것을 빼돌려서 올라가려고 하는 경우가 현세에 너무 많다. 그러니 불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 마음을 닦는 선정은 어떤가.

▲ 화가 날 때 5초만 생각하면 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에 성질이 난 것을 참으면 그것이 바로 선정이다. 하지만 이것을 못 한다. 억울해 죽겠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를 괴롭히니 쉽지 않다. 그런데도 다섯을 세며 참으면 착한 마음이 생긴다. 잘못이 없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면 상대방도 (마음이) 녹아내린다.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 이 다섯 가지를 하면 지혜가 생긴다. 그것이 반야다. 지식보다는 지혜가 낫다. 지혜는 배우지 않아도 생기며 많은 사람과 함께 살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살면 부처가 된다. 누가 존경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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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가자지구의 폭격 연기
[EPA/HANNIBAL HANSCHKE=연합뉴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 전쟁은 육바라밀을 실천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돈이 많은 나라다. 베풀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종교적인 문제도 있다.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마음이 너무 많다. 달라이 라마 스님을 보라. 젊은이들이 중국과 전쟁을 하자고 하지만 끝까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애썼다. '내가 비켜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인도로 망명했다.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젊은이가 죽기 때문이다. 지금 (중동에서) 전쟁을 하는 것은 지혜가 없어서 그렇다.

-- 불교에서는 출가자가 감소하고 있다. 종교를 막론하고 위기감이 큰 상황인데.

▲ 과거에는 마음이 허약하고 정신적으로 부족할 때 의지할 곳이 종교였다. 지금은 과학에 의지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 보니 종교를 믿으려고 하는 동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수행을 열심히 하고 사회인들에게 본을 보여주는 것이 종교인이 할 도리다. 우리가 본보기가 되지 못하면 누가 우리를 보겠느냐.

-- 불교와 사회의 접점을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불교에서 혁신적인 것을 하려면 출가 연령이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요즘 사회가 얼마나 좋으냐. 누가 머리 깎고 절에 와서 힘들게 살려고 하겠냐. 우리가 혁신하고자 해도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절에) 들어오는 분들이 수행 정진과 전법에 전념하고 어떻게 하면 중생을 바르게 안내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 말고 지금 불교에서 크게 내세울 것이 뭐가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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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상진스님
[촬영 김도훈]


-- 교계에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불교가 일요 법회, 토요 법회에 수요 법회도 한다. 지속해 이루어져야겠지만 한시적일 것이다. 수십 년을 승려로 살면서 보니 우리는 그냥 좀 베일에 싸여 있으면 된다.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도록 힐링을 제대로 시켜주면 된다. 그것이 불교가 해야 할 도리다.

-- 횟수를 늘려서 요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뜻인지.

▲ 행동은 흉내 낼 수 있지만 진실은 흉내를 못 낸다. 진실하지 않은 것을 보여줘서 얼마나 가겠는가. 참된 마음으로 포교를 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다.

-- 전남 순천시에 있는 선암사 소유권을 놓고 태고종과 대한불교조계종 사이에 벌어진 소송에서 대법원이 태고종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조계종이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는데.

▲ 보유하고 있던 등기가 (판결에 따라 태고종으로) 이월되니 (대한불교조계종 측에) 그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처님의 제자이니까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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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태고종은 대처승(帶妻僧·살림을 차리고 아내와 자식을 거느린 승려)을 인정하는데.

▲ 대처승이라는 용어를 쓰면 안 된다. 일종의 욕이다. 가정을 이끌어가는 스님들, 가정과 함께 불교를 하는 스님들이다. 결혼하면 스님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종단보다 수행 정진을 더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정규 학교는 아니지만, 태고종도들은 한국불교태고종 종립 동방불교대학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선암사 강원에서 충분한 내전(內典·불경)을 익힌다는 것이 태고종의 교육방침이다.

--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종단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가족을 떠나는데.

▲ 우리 종단의 스님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태고종을 택한 것이다. (가족을 버리는 것이) 종교인으로서, 성직자로서 할 일인가. 가족들을 버리지 않고 같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냐. 태고종 인간적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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