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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팔 전쟁)이 '중동 확전'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중이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내주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한편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올라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기준 이·팔 전쟁이 보름 능선을 넘어서는 가운데,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졌다. 같은 날 전쟁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세계 지도자가 모였지만 이스라엘이 불참한 이번 회의는 결국 공동성명 채택 없이 끝났고 지상전 시작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는 IDF 골라니 여단에 보낸 논평을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에 들어갈 것이며 하마스와 인프라를 파괴하기 위한 임무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해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해 긴장감을 더했다.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국제유가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 회의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선적 중단 등을 촉구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날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5달러(1.19%) 상승해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후 21일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것이다.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 WTI 선물은 0.7% 하락한 배럴당 88.75달러를 기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기구에서 미국인 인질 2명을 석방하면서 석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 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두 나라 모두 산유국이 아니기에 국제유가가 받는 영향을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문제는 전쟁이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팔 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주요 나라로는 미국과 이란이 있다.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부터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당사국이 아닌 두 나라가 경쟁하듯 전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날이 갈수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눈은 이란의 '참전 여부'에 쏠렸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동시에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는 국가다. 이란이 참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게 되면 걸프 지역 외의 산유국이 지닌 예비 산유 능력만으로는 유가 급등을 막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는 이란의 참전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란이 참전해도 해협 봉쇄 카드를 쉽게 꺼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다만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에는 '레드라인'(한계선)이 있다"며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실행하면 이란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만큼 지상전 발발이 이란 참전의 불씨가 될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국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2주 연속 하락했지만 내주부터는 반등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를 국내 시장에 반영하는 데 평균적으로 2주가량 소요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산유국이나 산유국 주변에서 일어나는 지정학 위기 속에서 국제유가가 급상승하면 정유사들에게는 '호재'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단기적으로 재고이익 평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 '무조건 호재'는 아니다. 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더욱 심화하면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중동산이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다 이번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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