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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는 등의 “정쟁형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도 “민생과 경제에 주력하는 정책형 문구를 위주로 현수막을 내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현수막 공해’의 발단이 된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에는 여야 모두 여전히 손을 놓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제든 현수막 난립 사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20일에도 중앙당에서 내걸었던 현수막 교체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남단에 걸려있던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란 현수막은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로 교체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 정쟁용 현수막을 교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도 각 시도당과 당협이 각각 지역 특성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정책문구를 만들어 내려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여당의 기조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국 현수막 내용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 시도당별로 걸고 있는 현수막의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민생과 경제를 알리고 챙기는 데 민주당이 주력하는 부분이 현수막으로 홍보될 수 있도록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홍보위원회 관계자는 “중앙당이 내린 시안 외에도 시·도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걸던 현수막들이 있다”며 “현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만 현재로선 현수막 철거 등 구체적 조치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현수막 정화작업을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선 상황에서 여야가 뒷북 수습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5월 인천시가 정당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울산시와 광주시 등이 ‘혐오·비방·모욕 문구의 정당 현수막 금지 조례’를 제정하며 동참했다. 지자체들이 임시방편 격으로 하위 법령인 조례로 현수막 공해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여야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 논의에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 개정에 대해 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상해보겠다”고 했지만 물밑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은 없다. 해당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여당 의원은 “아직 협상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들의 홍보 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 개정에 신속하게 나서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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