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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앞에서…"그건 검찰 탓"이란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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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은 기소된 공소사실 가지고 하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오히려 해당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

“피해자가 저렇게 뛰어다니고, 일곱 번 탄원서를 내고, 방송에 나오지 않았어도 판사가 추가 검사를 진행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충분히 동기를 부여했을 것입니다만, 화살의 방향은 검찰을 향해야 합니다.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공소사실로 심리해 나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김 법원장)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부산고등법원의 법원장이 국회에 나와 재판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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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CCTV 장면.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으나 보복 협박 혐의로 추가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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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 등 지역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각 법원장들 외에도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A씨는 지난해 5월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으로부터 발차기로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은 뒤 CCTV가 없는 계단에서 발견됐다. 가해자는 처음에 살인미수 혐의로만 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강간 혐의가 추가됐다.

A씨는 가해자 재판에 대한 기록을 보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했던 점,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유출된 점, 성범죄 혐의가 추가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던 점 등을 토로했다. 그는 “첫 공판에서 CCTV 사각지대 7분이 있다는 걸 듣고 그때 처음 성범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공판기록을 보려 했으나 재판부에서 수차례 거절했고, 법원에서는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면서 ‘(사건기록을 보려면) 민사소송을 걸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기록을 보여주지 않으니 공판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는데, 가해자가 이를 보고 증오심을 표출했다”며 “구치소에서 제 주소를 달달 외우면서 ‘다음번에 죽여버리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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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관련 질의를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에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에게 재판 기록을 공개하는 건 재판장의 재량이고, 민사소송을 하게되면 가해자에게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는 것도 알면서 법원이 이를 권유해 피해자를 보복범죄에 노출되게 했다”고 탄식한 뒤, “사법절차가 가해자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대해선 관심이 무딘 거 아니냐”고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에게 물었다.

이에 김 법원장은 “관할하고 있는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참고인께 위로의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빈축을 샀다. 조 의원은 “안타깝다니요? 남일이에요?”라며 “피해자한테 사과하라”고 했다. 이에 김 법원장이 머뭇거리자 조 의원이 “재판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아니냐. 피해자가 (성범죄 혐의 추가 관련) 7번 탄원서 내도 반영 안 하다가 그것이 알고싶다방송이 나간 후에야 판사가 입장을 바꿨다”며 부산고법 판사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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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공판에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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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법원장은 “공소사실이 변경되지 않았는데도 (성범죄) 가능성을 보고 받아주는 등 해당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며 소속 판사를 감쌌다. 하지만 계속해서 ‘피해자 아니었다면 강간 혐의가 추가되지 않았을 것’이란 조 의원의 공격이 이어지자 김 법원장은 “화살의 방향은 검찰을 향하셔야 한다.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두고 심리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선 이후 박주민 의원이 “아까 검찰도 책임 있다고 하셨는데, 오후에 검찰 국정감사도 있으니 할 말 있음 해 보라”고 설명을 요구하자 “거칠게 말씀드린 점 있다면 송구하다”며 “형사소송이라는 게 공소제기를 통해 재판부 심리 내용이 특정되기 때문에 그것을 넓히려면 검찰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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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막 뒤에서 김 법원장의 이야기를 들은 A씨는 “저로서는 굉장히 마음 아픈 이야기다.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니 저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법부는 피해자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재판기록 열람, 성범죄 추가조사만 해 줬어도 보복 협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분 간 6명 의원들의 질문에 답한 A씨는 국감장을 떠나며 “저는 20년 뒤에 죽을 각오로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제 사건을 빌미로 힘 없는 국민들을 구제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김흥준 부산고법원장(63·연수원 17기)은 올해 2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에 의해 부산고법원장에 임명됐으며, 3월에 윤석열 정부 첫 헌법재판관 후보 8인(헌법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올랐던 인물이다. 김 법원장은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란 점 외에도 김 대법원장 취임 직후 ‘대법원장의 칼’이라는 윤리감사관에 임명돼 ‘김명수 사단’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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