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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여성 혐오는 어떻게 폭력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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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커뮤니티 실체 파헤친 르포르타주…신간 '인셀 테러'

연합뉴스

여성 혐오 폭력 반대 시위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일상 속의 성차별 프로젝트'(Everyday Sexism Project) 설립자로, 관록 있는 영국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

그는 8년간 학교를 돌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평등 강연을 진행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남성 청소년들의 여성혐오 발언 수위가 거세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역별 차이도 없었다. 스코틀랜드 농촌부터 런던 중심부까지 비슷한 양태로 혐오의 목소리는 커졌다.

내용도 똑같았다.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남성이 진짜 피해자'라는 주장이었다.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여성혐오가 오프라인, 그것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직접 가상 인물 알렉스로 위장해 1년간 여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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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로저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는 사람들. 로저는 인셀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EPA=연합뉴스]


로라 베이츠가 쓴 '인셀 테러'(위즈덤하우스)는 남성 커뮤니티에 잠입해 활동한 여성 작가의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온라인 여성혐오가 어떻게 현실의 폭력이 되어 가고 있는지 추적한다.

저자가 잠입해 활동한 남성 커뮤니티는 강간 합법화와 섹스 재분배라는 기이한 주장을 펼치는 인셀, 성폭력을 가르치는 픽업아티스트, 여성을 기생충으로 보며 고립주의를 선택한 믹타우 등이다.

내세우는 주장은 제각각이었지만, 여성 혐오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커뮤니티는 모두 거미줄처럼 얽혀있었다.

저자는 이들을 '매노스피어'(Manosphere)라고 말한다. 애초 이 용어는 남성계 커뮤니티를 포괄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각자 견고한 신념 체제, 언어, 세뇌의 형태가 있는 서로 다르지만, 연관된 여러 집단의 스펙트럼'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매노스피어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이들의 기원과 혐오 방식을 취재하고, 관련자를 인터뷰하며 과격한 노선을 걷게 된 그들의 속사정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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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범죄 희생자에게 바치는 꽃
[EPA=연합뉴스]


저자는 취재를 진행할수록 깜짝 놀란다. 커뮤니티 활동자들이 우리가 매일 같이 길거리에서 스쳐 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토록 평범한 사람들을 급진화시킨 온라인 커뮤니티의 힘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에는 혐오의 움직임이 분절적이었지만, 이제는 기술 발전 덕분에 함께 모이고, 결합하고, 번성하고, 더 많은 사람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는 포츠머스대 사이버범죄학과 리사 스기우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늘날 매노스피어는 하나의 조직 운동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매노스피어의 규모와 위력을 직시하고, 이들의 행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함으로써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여성 혐오는 무서운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2014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살인 사건 8건의 범인은 모두 인터넷에 '인셀'과 관련한 글을 올린 남성들이었다. 이로 인해 최소 6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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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 저항 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자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방임하는 동안 매노스피어는 혐오의 언어로 집단을 결속하고, 이를 토대로 수익을 내는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이들은 세를 규합해 미디어와 정치 현장에 발판을 놓았으며 여성혐오에 학문적 분위기와 공정의 외피까지 입혀 주류 서사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소년들은 자신이 여성을 혐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들은 온순하고 무구하다. 이들은 페미니스트들이 되뇌는 거짓말과 틀린 사실을 지적하는 게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를 자주 목격하고 설득력 있게 포장하는 목소리에 길들다 보니 그게 혐오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는 것이다."

위즈덤하우스. 성원 옮김. 49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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