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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검찰, 납북귀환어부 기소유예자 52년 만에 첫 ‘혐의 없음’ 직권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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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귀환어부 사건 피해자 모임 측

국민신문고 통해 대검에 민원제기

고 오대술씨 ‘혐의 없음’ 처분 변경

“월선 고의 인정 어렵고 증거 부족”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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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과거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해 간첩으로 몰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어부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처분을 변경한 첫 사례가 확인됐다. 그간 대검찰청은 재판에 넘겨진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기소유예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는데, 검찰이 자체적으로 처분을 변경해 이들의 권리를 구제한 것이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1972년 8월 ‘삼창호’라는 어선에 승선했다가 반공법 위반,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고 오대술씨에 대해 ‘혐의 없음’ 취지로 처분을 변경했다. 오씨는 1972년 8월23일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가 그 해 9월15일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당시 수사·정보당국은 오씨를 간첩으로 몰고 불법 구금해 조사한 뒤 같은 해 10월26일 그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수사·정보당국의 불법 수사를 밝히고 오씨의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꼬박 52년이 걸린 것이다.

검찰은 오씨가 1972년 9월15일 무렵부터 9월20일 석방되기 전까지 불법구금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정황을 종합해 오씨의 처분을 변경했다. 다만 오씨가 2013년 사망한 것을 고려해 형식상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대신 그의 불기소 결정서에 “오씨가 월선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적었다. 오씨가 탑승했던 삼창호의 선원 김모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로 지난 1월1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납북귀환어부 기소유예자 ‘법 사각지대’…명예회복 적극 나서야”


납북귀환어부 사건에서 기소유예자 처분이 변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처분은 납북귀환어부피해자 모임 측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에 민원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대검은 민원을 확인한 뒤 삼창호 사건 기록을 갖고 있는 강릉지청으로 민원을 내려보내 처분 변경에 착수하도록 했다.

삼창호에 승선했던 납북귀환어부 중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오씨를 비롯해 20여명에 달한다. 김춘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 대표는 “검찰의 처분 변경 결정을 환영한다”며 “다만 상당히 많은 납북귀환어부 기소유예자들에 대한 권리구제가 아직 안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당사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권리구제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릉지청 관계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진정이 접수될 경우 처분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유예자들을 직접 발굴해 권리구제에 나서는 방안에 대해선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부분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삼창호·대양호·무진호·해성호에 승선한 납북귀환어부 총 93명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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