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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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갑 사정이 심각해진 서민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험기간을 채우지 않고 계약을 해지해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27조2437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16조7389억원)보다 62.8%, 2020년 같은 기간(15조5140억원)보다는 75.6% 증가했다. 효력상실환급금은 963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301억원) 대비 32% 늘어났다. 효력상실환급금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가 받았던 보험료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액을 의미한다.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서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별다른 심사 절차가 없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아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이 주로 활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8조9000억원으로 2020년 말(63조5000억원)보다 5조4000억원 늘었다.
통상 급전이 필요할 때는 보험보단 예·적금 상품을 먼저 해지한다. 예·적금 해지는 이자 손해만 보면 되지만, 보험 해지는 원금이라 할 수 있는 보험료 손실까지 감수해야 해 최후의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보험 해지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돈을 융통할 수단이 사라진 서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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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에서 “보험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개인생명보험의 25회차 유지율은 2021년 기준 67.1%인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는 37.4%까지 떨어졌다. 25회차 유지율은 체결된 보험계약이 2년이 지났을 때도 유지되고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IMF 당시 보험 10개 중 6개가 2년 사이 해지됐다는 의미다.
올해 6월 25회차 유지율은 63.1%로 지난해 12월(69.3%)보다 6.2%포인트 떨어졌다. 신용카드 대란이 터졌던 2004년(58.4%)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10년(57%)과 비교해 5~6%포인트 차이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저성장 추세가 계속되고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 보험 해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고 가계 상황이 나쁘면 보험 해지율이 증가한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추세가 될 것 같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해지율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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