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하마스 공격으로 폐허가 된 경찰서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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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자극적인 전쟁 영상이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SNS 등에 ‘이스라엘 전쟁’ ‘가자지구’ 등 키워드만 입력해도 영상이 노출되는 탓에, 의도치 않게 영상을 접한 시민들의 트라우마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폭격 당시 사람들이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영상을 본 대학생 이모(23)씨는 “국제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다 폭격 당시 영상을 보게 됐다”며 “구조대가 없어서 사람을 건물에서 빼내지도 못 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영상 속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며 말끝을 흐렸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도 전쟁영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쟁 피해 모습을 틱톡을 통해 보게 된 중학생 정모(13)양은 “전쟁이 처음 일어났을 때 몇 번 검색하고 나니 다음부턴 자동으로 영상이 추천됐다”며 “숫자로 몇 명이 사망했다는 걸 읽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라 영상을 본 날엔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실수로라도 영상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심모(38)씨는 “나도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마음이 안 좋은데 아이가 이런 영상을 볼까 불안하다”며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스스로 유튜브를 볼 수 있는데, 어플을 강제로 삭제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남성과 여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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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타국의 전쟁처럼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어도 영상과 사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트라우마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화와 달리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트라우마처럼 회피 행동이나 불안 증상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뇌 발달이나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견디는 힘이 약하고, 아동은 미디어에 묘사된 폭력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공격성을 학습하기도 한다”며 “잔혹한 영상에 대한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미국에선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면 초기에 학교와 뉴스를 통해 ‘아이들이 뉴스를 소비할 때 지도해달라’는 안내가 나간다”며 “아예 미디어 소비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미디어를 이용하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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