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주경스님 "욱, 확, 팍하지 마세요…푹 자고나면 편안해집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 출간…화난 현대인들을 위한 조언

연합뉴스

출간 간담회하는 주경스님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스님이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마음의숲) 출간 기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10.16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천천히 가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스님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마음의숲)에서 바쁜 일상에 지치고 화가 난 현대인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

책에서 스님은 풀잎이 자라는 소리, 먹이를 물고 이동하는 개미가 신나서 지르는 소리, 햇빛이 어깨 위에 떨어지며 전하는 말 등 평소 인간이 듣지 못하는 의외의 소리를 열거하며 우선 한숨 돌리는 여유를 지니라고 권한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눈도 소개한다.

수행을 통해 도를 이루는 단계에는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 등 5가지 눈이 있다.

육안은 사물의 형태나 빛깔을 구별하되 그 한계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시각이다.

이와 달리 천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미래는 물론 죽음을 내다볼 수 있는 눈이다.

혜안은 현상의 집착을 버리고 우주의 진리를 밝게 보며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며, 법안은 선과 악이 있고 없음을 초월하여 걸림으로부터 벗어난 눈이다.

법안은 우주 만물 시방세계를 두루 자상하게 밝혀볼 수 있으며, 충만하여 부족함이 없는 부처님의 눈을 말한다.

인간에게는 본래 이 다섯 가지 눈이 있는데 마음이 흐려져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세상의 제도와 교육이 점차 눈을 가리고 욕망·욕심·시기·질투로 인해 결국 눈이 멀었다는 것이 스님의 진단이다.

연합뉴스

책 표지 이미지
[마음의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경스님은 "아주 단순하고 쉽다"며 조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당부한다.

스님은 "욱, 확, 팍하지 말라"며 치솟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이 귀담아들을 만한 조언도 책에 실었다.

그는 "속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게 '욱'하는 것"이고 "욱하는 것을 넘어 그 화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게 '확'이다"고 정의했다. 예를 들면 "'확' 때리려고 손을 들거나 '확' 째려보는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자제심을 잃고 더 나가면 '팍'이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흉을 보거나, 꿀밤을 때리는 것"이다.

주경스님은 "'욱'할 때 꿀꺽 삼키면 수행이 잘된다"며 참을 수 없으면 확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이것도 점점 줄여나가라고 당부했다.

출간을 기념해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주경스님은 "어떤 강사가 '한국 사람들은 안전벨트 없는 롤러코스터를 탄다'고 비유했다"면서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순간 폭행이 일어나고 회복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사회는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어렵고 힘들다"면서 (책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고 잠시 자기를 살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출간 의도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마음의숲) 출간한 주경스님
[촬영 이세원]


일상에서 화가 나거나 복수심에 사로잡힐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주경스님은 간단한 요령을 전했다.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 일어나면 편해집니다. 그 마음을 유지하세요."

주경스님은 동국대 졸업 후 예산 수덕사로 출가해 설정스님을 은사로 1986년 수계(사미계)했다.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를 1년여 기간 돌며 수행하고 서산 부석사 주지를 지냈다. 조계종 총무국장, 기획실장, 역삼청소년수련관장, 불교신문사장도 역임했다.

sewon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