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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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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쓴소리 "보선 패배, 용산과 하부조직 與에 매서운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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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17.15% 포인트 격차로 완패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심판”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에 대해선 “용산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했다”며 “집권당이 대통령실만 추종하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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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환경부 장관을 지낸 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캠프, 2012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책사’로 불린 윤 전 장관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서구청장 선거는 민심이 표출된 상징적 선거였다”며 “여권은 이를 정초(定礎) 선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주춧돌 삼아 새롭게 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매서운 심판을 받게 될 거란 얘기다.

Q : 여권의 보궐선거 패배 요인은.

A :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심판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도 30%대라는 수치로 진즉에 민심을 표출했음에도 대통령이 오불관언(吾不關焉·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태도로 나왔다.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나온 이 결과를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은 정말 심각하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Q : 국민의힘의 책임은.

A : “국민이 보기에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위상이 있나.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추종만 하는, 용산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한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견제 기능을 잃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국민은 실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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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사전에 민심 경고등이 켜진 것인가.

A :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국민 뜻이 다르면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근데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군림의 리더십을 보였다. 대통령이 옳은 방향이더라도 국민이 주저하거나 반대하면, 이를 무조건 외면할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Q : 대통령에게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다고 보나.

A : “잘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언짢은 얘기를 들으면 화를 낸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참모들이 간언(諫言)을 제대로 못 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다.”

Q : 선거 결과 17.15% 포인트 격차는 어떻게 보나.

A : “생각보다 덜 벌어졌다고 본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사면·복권해서 다시 출마시킨 건 강서구민에 대한 모욕이지 않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동원되면서 일부 조직력이 가동돼 격차가 줄어든 거지, 실제 민심의 격차는 더 클 것이라고 본다.”

Q : 국민의힘에선 아직 별다른 쇄신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A : “침묵이 계속되면 대통령 눈치만 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도부 물갈이를 쇄신책으로 내놔도 감동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다시 ‘심복’을 보내면 그만 아닌가. 쇄신에서 중요한 건 국민의힘이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중앙일보

지난 11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반면,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오른쪽)는 패배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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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통령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A : “우선 이번 선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겨우 기초단체장 선거 하나일 뿐’이란 태도는 안된다. 국민이 가장 직관적으로 변화를 체감하는 게 ‘인사’다. 내년 총선이 오기 전에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를 통해 용산이 변했다는 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다.”

Q : 왜 어렵다고 보나.

A : “국정 2년 차 지지도가 30%대 박스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궐선거로 민심이 극명히 드러났다.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좋은 인재를 쓰고 싶으면 데려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좋은 인재가 거절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재 악순환의 고리’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든 고리를 깰만한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Q : 윤 대통령은 13일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A : “추상적인 언어로 보인다.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라는 게 어떤 계획인지 국민이 알아듣기 어렵다. 국정 1년 차 때와 달리 이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나 행동을 보여줘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Q : 대안을 제시한다면.

A :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내치고, 시장 상인이든 누구든 터놓고 기탄없이 얘기해야 한다.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지지도가 30%인지’ 물어보면, 밤을 새워서라도 답을 얘기해줄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내년 총선에서 지면 어차피 레임덕이다. 더 시간적 여유도 없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과감하게 국민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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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권이 변하지 않는다면.

A : “보수 정당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진보 정당도 망가지게 된다. 사법리스크로 궁지에 몰렸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되살아난 건 국민의힘 덕분 아닌가. 여야 모두 극단적 지지층 쪽으로만 달리니, 일반 국민 입장에선 독약을 마시는 기분일 것이다.”

윤 대통령과 파평 윤씨 종친 사이이기도 한 윤 전 장관은 “여야 모두 이대로 극단 정치만 펼 경우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이 의회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으면 국정은 난맥으로 얽히게 된다”며 “이번 보궐 선거가 보여준 민심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우선 변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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