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고금리와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반도체, 2차전지, 테마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어떤 주식을 살지 고민하는 사이 올해 상반기에만 84조원 가까이 수익을 낸 국민연금공단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는 저평가주를 쓸어 담았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4일부터 5일 양일간 116개 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지분을 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중 54개 종목에 대해 보유 비중을 늘렸고, 62개 종목은 팔아치웠다.
아모레퍼시픽(지분율 6.35%→7.40%), 아모레G(6.02%→8.08%), 호텔신라(9.42%→12.93%), 한국콜마(11.64%→12.66%), 코스메카코리아(6.17%→9.59%), 클리오(5.00%→7.12%) 등 중국 관련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주 보유 비중이 증가했다. 최근 주가가 재조정을 받았지만, 리오프닝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경절 연휴 8일간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여행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어진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인 1인당 소비 금액은 912위안(한화 약 16만7400원)이었다.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의 98%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 여행객 숫자도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10월부터 한국에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한 중국인 수가 올해 4분기부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많은 투자자가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유한양행(9.75%→10.80%)과 S-Oil(7.29%→8.32%) 등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도 사들였다. 유한양행은 지난 4일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과 폐암 신약 렉라자 병용요법의 3상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 7조원 규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Oil은 전쟁이 확산돼 유가가 급등할 경우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주요 산유국이 개입한다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 고유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로템(6.01%→7.03%), 현대미포조선(6.91%→7.96%), 한화(6.60%→7.61%), NAVER(8.29%→9.31%), 삼양식품(11.52%→11.65%) 등을 사들였다. 에폭시 글로벌 1위 업체 국도화학(보유지분 없음→5.06%), 심텍(보유지분 없음→7.03%), 피엔에이치테크(보유지분 없음→5.09%) 등은 새롭게 담았다.
한편 국민연금은 실적 악화로 인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마트 비중을 7.90%에서 6.87%로 줄였다. 이마트는 지난 6개월 동안 주가가 30% 넘게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크래프톤(6.47%→5.51%), 와이지엔터테인먼트(7.87%→6.79%), BGF리테일(8.12%→7.07%) 등도 비중을 줄였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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