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서 열린 세계 종교인 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한국 종교인
세계·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사무국 회의 참가한 주경스님 |
(아스타나=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해 맞불 공습을 하며 전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주경스님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지혜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세계·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사무국 21번째 회의에 한국 종교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주경스님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는 것에 대해 "첫 번째 화살을 맞은 뒤 두 번째 화살을 맞아서 분노를 키우고 전쟁을 확대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불교 초기 경전인 아함경에는 살면서 첫 번째 독화살을 맞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두 번째 독화살을 맞지 않도록 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카자흐스탄에 모인 세계 각국 종교인들 |
이와 관련해 아함경은 두 번째 독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몸에 일어나는 괴로움이 근심·슬픔·번뇌 등 마음의 느낌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한다.
주경스님이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한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충돌을 양측이 점차 확대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당부로 풀이된다.
참석자들 사이에 이런 견해에 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 종료 후 나온 공동 발표문에는 "양측과 국제사회가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는 권고가 담겼다.
세계·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사무국 회의 |
다만, 이스라엘 유대교 지도자인 조엘 아들레르 아시케나지 이스라엘 수석 랍비 대표는 "사람을 죽이려 드는 테러리스트", "잔혹하고 무자비한 테러리스트"라면서 팔레스타인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주경스님은 "팔레스타인이 약자이고 여러 가지로 고통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며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 좀 더 강대국"이라는 것이 외부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면서 아들레르 대표의 발언이 "먼저 공격당한 사람들에 관해, 민간인(살상 등)에 대한 부분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경스님은 "지금 당장 벌어진 일에 대한 슬픔이나 분노를 그 즉시로 가라앉히는 것은 불교적으로 수행이 많이 되었거나 도를 많이 닦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 부분은 시간을 두고 가라앉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의 교전은 "종교인들이 더 자주 모이고 또 논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면서 "자기 종교만의 개념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인간 중심의 종교로 가야 한다는 인식들도 싹트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주경스님은 환경 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가 많이 있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종교계가 더디게 접근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논의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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