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폭력 거부해야"…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신 '중동'으로 표현
"화해·관용 필요"…이스라엘 측 인사 "홀로코스트 재연" 하마스 규탄
카자흐스탄에 모인 세계 각국 종교인들 |
(아스타나=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전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카자흐스탄에 모인 세계 각국 종교인들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세계·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사무국 21번째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를 토대로 내놓은 공동 발표문에서 이스라엘이나 하마스, 혹은 팔레스타인 등 특정 국가와 정파를 언급하는 대신 '중동'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고서 "양측과 국제사회가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종교인들은 자신들도 지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고서 극단주의, 급진주의, 테러리즘 또는 이외의 어떤 형태의 폭력도 동기나 목표와 상관없이 단호하게 거부돼야 한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종교인들은 공동 발표문을 내놓기 전에 이뤄진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으로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조 베일리 웰스 주교 |
영국 성공회를 대표해 참석한 조 베일리 웰스 주교는 "우리는 테러리즘의 악랄한 행위와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는 비극에 다 같이 분노한다"면서도 "우리가 계속 존재하려면, 필요한 것은 바로 화해와 관용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벌써 또 다른 9·11이라고 별명을 붙이는 것을 듣는다. 우리는 벌써 (사태를) 확대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듣는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또 분노와 복수의 소용돌이를 중단시키고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정치 지도자들은, 다른 길을 볼 것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멈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신과 지구를 파괴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측 인사는 기습공격을 시작한 하마스를 강하게 비난했다.
발언하는 이스라엘 종교지도자 조엘 아들레르 |
이스라엘 유대교 지도자인 조엘 아들레르 아시케나지 이스라엘 수석 랍비 대표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무고한 남녀 수천 명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예루살렘에 대한 로켓 폭격이 시작된 후 피 흘리는 젊은이가 무기력하게 바닥에 누운 채로 하마스 구성원으로부터 발길질당하거나 짓밟히는 모습을 대피소에 있던 사람이 보내준 사진으로 봤다고 전했다.
세계·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사무국 회의 모습 |
아들레르 대표는 하마스 측이 우는 어린이 앞에서 그 어머니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린이들을 가자지구로 유괴했다면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테러리스트", "잔혹하고 무자비한 테러리스트"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하마스 측의 민간인 살해 등을 나치 독일이 벌인 유대계 유럽인 대량 학살인 홀로코스트에 비유하고서 "홀로코스트의 이미지가 다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침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팔레스타인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공동 발표문에 분쟁 당사자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빠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사안에 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다.
세계·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 사무국 회의 모습 |
아나 파블류첸코 유엔문명연대(UNAOC) 기관 및 회원국 관계 고문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지는 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자신은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성명을 참고하라고 답했다.
한국 종교인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주경스님은 기아, 난민, 테러, 전쟁, 감염병, 환경파괴 등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와 미래의 재앙이 결국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부터 비롯됐음을 절감하고 종교인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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