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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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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직결' 황반변성…치료할수록 시력 안좋아져 포기 많아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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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바로 알기

환자 42만8404명 매년 증가세

노화 주원인, 시력 저하 등 증상

완치 안 돼 시력 유지·보존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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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씩 가리고 봤을 때 손으로 앞을 가린 듯 시야가 답답하면 단순한 시력 문제가 아니다. 저시력(교정시력 0.3 이하)과 실명의 주원인인 황반변성의 그림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2년 42만8404명을 기록했다. 환자 수가 4년 전(2018년 30만5305명)의 1.4배다. 시각세포의 95%가 밀집한 황반은 폭 0.5㎜, 두께 0.3㎜의 타원형 신경 조직이다. 시각세포가 빛·색상을 감지할 수 없는 흉터 등으로 대체되면 시력이 뚝 떨어진다. 대개 노화가 주원인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노영정 교수는 “노인성(연령 관련) 황반변성 중 안구 주사 치료가 필요한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정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임상에서 환자가 너무 많아져 안구 주사 치료가 매년 급격히 증가한다”며 “노화와 관계없는 성인형 황반변성도 증가세로, 근거리 작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고도근시(안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짐)가 황반부 변형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습성 황반변성은 산소·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층(맥락막)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나 황반부에 출혈을 일으키고 삼출물(고름·진물)이 쌓여 실명을 초래한다. 안구 주사는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는 걸 억제해 습성 황반변성 진행을 늦춘다. 건성 황반변성은 노폐물(드루젠)이 쌓이는 것으로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으나, 이 중 일부는 습성으로 진행한다.



저시력이어도 보존 땐 일상생활 가능



황반변성은 과거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돼 온 질환이었지만 지금은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치료제와 고난도 수술이 가능한 장비 도입으로 실명 위기를 극복하는 환자가 많다. 치료의 주목적은 시력 개선보다는 유지·보존에 있다. 손상된 신경은 재생이 안 되므로 완치되는 질환은 아니며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서다. 질환의 진행을 늦춰 시력을 보존해야 하므로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를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시력은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질환 특성을 오인해 황반변성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있다. 노 교수는 “치료 횟수에 비례해 시력 개선을 기대하거나 초기에 좋은 시력 개선 효과를 본 경우, 본인 스스로 치료 효과를 판단하고 진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급격한 시력 저하로 이어지거나 재발 시 빠른 대응을 어렵게 해 시력 손실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안과 질환은 사회생활 제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자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 연령 관련 황반변성을 앓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15%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삼성서울병원 안과, 2023)가 있다. 반복적으로 안구 내 주사를 맞아야 하는 피로감, 실명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실명 위험이 높은 중증 황반변성이어도 적극적으로 치료해 남은 시력을 지키면 삶의 질을 유지한다. 노 교수는 “완전 실명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수술받은 뒤 안전수지 50㎝(손가락 개수를 50㎝ 거리에서 구별) 정도의 시력을 되찾으면 저시력이어도 실제 사회에서 영위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집 안에서 개인 생활을 스스로 하고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안전수지는 시력표로 측정이 어려운 경우 손가락 개수를 구별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말한다.



한 눈씩 가려 보며 시력 점검해야



좀 더 나은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답이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황반변성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환자의 질환 인지율이 4%에 불과하다. 이에 학회는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 안저검사를 권장한다. 1초 안에 망막이나 시신경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간단한 검사다. 황반의 미세한 변화와 다양한 질환을 찾아내는 빛간섭단층촬영(OCT) 검사도 있다. 노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황반부 변화 부위가 넓은 부위로 확대되기 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시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리면 황반 반흔(흉터)이 형성돼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가진단은 질환을 일찍 발견하는 데 도움된다. 황반 시각세포가 손상되면 손으로 눈앞을 가린 것처럼 물체 중심이 검게 보이고(중심 암점), 계단·바둑판 같은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변형시)이 나타난다. 두 눈으로 볼 땐 자각하기 어려우므로 한 눈씩 가려 보며 시력에 변화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 연령 관련 황반변성의 사회적 비용은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대한안과학회지, 2019). 황반변성은 실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생산성 손실과 같은 비용을 증가시킨다. 치료·예방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 교수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건성 황반변성의 실명 원인인 지도상 위축 진행을 억제하는 안구 주사제를 승인했다. 국내 도입 시 1~2년 안에 안구 주사가 현재보다 최소·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인 실명에 직면한 습성 황반변성 환자에게도 건강보험이 확대돼야 하는 상황에서 전체 황반변성 의료비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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