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3.3% 목표 쉽지 않아
미국 연준 고금리 장기화 방침에
한은도 ‘금리 인상’ 고심 깊어져
숨 막히는 가격표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5일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 등을 구입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과 호우 때문에 과일 가격이 많이 올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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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더 벌어도 가난해지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상승 등 계절적 요인이 제거되는 이달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환율 상승 압박에 국제유가의 불안한 움직임도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당장 정부가 내놓은 연간 물가 상승률 3.3%부터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수는 역대 최대 결손을 기록했고,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조정하는 등 올 들어 정부의 경제전망은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지만,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소비자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정부의 연간 물가 목표치부터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예측 범주 바깥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널을 뛰고 있다. 4일(현지시간) 큰 폭의 하락을 보이며 한 달 전 가격으로 되돌아가긴 했지만, 지난 9월 내내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추석 연휴 직전에는 서부텍사스유(WIT)가 배럴당 90달러, 두바이유 93달러, 브렌트유가 92달러를 기록하는 등 세계 3대 유종이 모두 올 들어 처음으로 90달러 선을 넘겼다. 10월 들어 가격 급락이 있기 직전까지만 해도 유가가 연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값이 오르고, 수입 소비재 가격도 올라 소비자물가에 두 갈래로 부담을 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내놓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을 1.6%에서 1.4%로 낮추면서, 물가 목표는 3.5%에서 3.3%로 0.2%포인트 끌어내렸다. 당시 월간 기준 2%대 물가 진입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한은(3.5%)과 한국개발연구원(3.5%) 전망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후 요동친 환율과 유가로 정부의 수정 물가 목표는 다시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가계부채가 다시 불어나고 있는 데다, 고유가·고환율 속에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방침이 국내에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호준·이윤주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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