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 관련 문건’ 꾸준히 공개됐는데
유 후보자 “블랙리스트 없다”만 반복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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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5일 문화예술계에서는 유 후보자에 대한 장관 지명 철회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실행 전력이 있는 유 후보자를 문화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비극”이라고 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이명박(MB) 정부 청와대·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건 관련 질의에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문화예술계 단체(128개)·개인(942명)으로 구성된 ‘유인촌 문제부장관 지명 철회 촉구 문화예술인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유 후보자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경동 시인은 “유 후보자가 MB 정권에서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간 밝혀진 진상조사의 내용을 전부 부정하는 것”이라며 “유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장에 나올 사람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조사를 받아도 부족한 사람”이라고 했다.
MB 정부 때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은 그동안 꾸준히 공개됐다.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작성한 것으로 적시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란 문건에는 “(좌파 문화인들이) 대중을 쉽게 접하고 무의식중에 좌파 메시지에 동조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인 영화를 중심으로 좌경화를 추진해왔다”며 봉준호 감독의 <괴물>등을 예로 들었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문화연대와 명계남·문성근 배우, 이창동 영화감독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문체부 역할과 관련해선 “산하 단체 인적 청산, 새로운 구심 세력 형성지원, 과거 정부 지원사업 정밀 재검토”라고 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서 작성했던 ‘문화·연예계 종북 세력 퇴출 심리전 강화’ 문건의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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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문건에는 배우·영화감독·방송인·가수 총 82명이 등장한다. 이 문건은 문화예술계 인물들을 ‘강성’ 69명과 ‘온건’ 성향 13명으로 분류했다. 이 외에도 MB 국정원은 ‘2010년도 문화파트 실적 및 내년도 업무 계획’ ‘좌파 문화예술 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 ‘문화연예계 종북세력 퇴출 심리전 강화’ 등 다수의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들에는 “문화부 산하단체 행사 시 사회 배제 등 관계부처의 철저한 관리 통제” 등 문체부 역할에 대한 제언이 곳곳에 담겨 있다.
검찰의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 수사 기록에는 2010년 국정원이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을 문체부에 직보한 정황이 담겨 있다. 당시 문체부 장관은 유 후보자였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 백서도 유 후보자를 핵심 인물로 지목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가 2019년 펴낸 백서에는 ‘유인촌’ 이름이 100여번 등장한다. 진상조사위는 “이명박 정부는 향후 법원에서 패소할 정도로 무리한 소속기관 길들이기와 블랙리스트 기관장 강제 사퇴를 불법적으로 강행했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정책 구조화를 위한 기초 환경을 조성했다”고 적었다.
유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명박 정부에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없었고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사람이 좀 미워할 수는 있었어도 그들을 배제한 적 없다”며 “저 있을 때 정말 몇 명이 그런 걸로 자신들이 배제당했는지 확실하게 좀 알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그걸 전달받은 일도 없고 국정원이 문체부에 찾아와 뭘 주고 가고 이런 점이 없었다. 거짓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 [단독]“MB 때 블랙리스트 없었다”는 유인촌…수사기록엔 국정원이 장관에 ‘직보’ 정황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1004191400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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