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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남경필 장남 "아빠, 내 마약 때문에 선거 졌죠?" 묻자 그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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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떠난 ‘사업가’ 남경필의 소회



■ VOICE:세상을 말하다

중앙일보

VOICE : 세상을 말하다 큐알


30대 초반에 의원 배지를 달고, 50대 중반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내리 5선 의원과 경기지사까지 거친 인물. 정치 인생 정점에서 이혼을 했고, 대선주자로 나설 때 장남의 마약 사건이 터졌으며, 첫 공직 선거 패배 뒤 재혼했습니다. 화려했던 정치 이력, 굴곡진 개인사. 남경필이 자신의 인생을 말합니다. 장남의 마약, 이를 가족이 신고까지 하게 된 사연. 말 못했던 속사정도 털어놨습니다.

중앙일보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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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함께 온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인생이 그랬다. 33세에 “엉겁결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5선을 지냈다. 2014년엔 경기지사가 되며 승승장구했다. 당선 직후 이혼의 시련이 닥쳤다. 2017년엔 대선 도전에 나설만큼 정치적 입지가 커졌지만, 장남 마약 투약 사건이 터지며 곤욕을 치렀다. 이듬해 경기지사 재선에 실패했다. 정치 인생 첫 패배였다. 그해 새 가정을 꾸렸다.

정치를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55세(2019년)에 홀연히 정계를 떠났다. 엇갈린 인생 궤적은 그의 말에 따르면 “인생사 무한히 반복되는 새옹지마”였다. 특히 장남 마약 사건은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남 전 지사는 부모의 보호 본능을 거스르는 행동을 취했다. 아들을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지난달 14일, 1심에서 징역 2년6월 형이 선고됐다. 그 직후 남 전 지사는 “수년간 말 못 했던 속사정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지난달 18일 직접 인터뷰에 응했다.

Q : 장남 1심 판결 소회는.

A : “기자들이 묻길래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합니다’라고 얘기했다. 판결에 감사했다. 아들이 두 차례 자수하고, 가족이 두 번 자진 신고했다는 건 스스로 치료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국가가 치료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아들도 같은 생각이다. 검찰이 치료감호 청구하고 법원이 그걸 인용해 줬다. 검찰이 항소해 아쉽긴 하지만, 실형을 살게 됐고 충분한 치료 시간이 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항소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남 전 지사는 “(2017년 장남 첫 투약 이후) 수년간 감추며 안 해본 게 없다”고 했다. “병원도 가고, 권위자도 만나보고, 속세와 단절된 산속 기도원도 가봤지만, 치료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1월 장남은 두 차례 자수했지만 구속은 면했다. 그리고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만 퇴원이 가능한 병원에 자진 입원했다.

Q : 왜 가족이 자진 신고했나.

A : “(장남이) 한두 달 병원에서 잘 지냈다. 그때 나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으로 성지순례를 떠났는데, 차남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이 퇴원했다’고. 그래서 ‘아빠가 동의 안 했는데, 어떻게 나오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병동 안에서 군인들이 법정 전염병인 수두에 걸렸다. 장남도 감염됐다. 무조건 퇴원해야 했다. 집엔 아무도 없으니 불안해서 차남한테 ‘형한테 가보라’고 했더니, ‘안 그래도 형 목소리가 이상해서 간다’는 거다. 가보니 (장남이) 약을 하고 있었다. 그땐 망설임 없이 차남이 (경찰에) 신고했다.”

남 전 지사는 급히 귀국했다. 이후 장남은 “병원에 가는 건 더는 의미 없다”면서 재차 마약에 손을 댔다. 다시 자수를 권유했지만, 장남은 “자수가 별로 효과가 없을 거 같다”며 “이번엔 아빠가 신고해 달라”고 했다. 결국 남 전 지사는 아들을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장남은 지난 4월 구속됐다.

Q : 신고는 죄책감·책임감 때문이었나.

A : “다 포함됐다. 신앙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아들 덕분에 그 (마약) 세계를 많이 봤다. 약에 취한 그 순간은 흔히 ‘마귀’가 (아들)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그 모습은 내 아들이 아니었다. 마약 중독은 의학 문제지만, 영(靈)적인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각 종교계도 마약 퇴치 운동에 함께 나서줬으면 한다. 예를 들면 ‘다르크(DARC·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공동체에선 대부분 종교로 극복했다고 한다. 나도 본격적으로 마약 퇴치 운동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재정적으로 돕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Q : 아들은 아버지 걱정 안 하던가.

A : “장남이 제일 힘들어했던 게 그거다. 아들이 ‘아빠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니에요? 나 때문에 선거 떨어지고 힘들어졌죠?’라고 묻는다.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잘못한 거 맞아. 걸맞은 벌을 받아야 돼. 그렇지만, 아빠가 경기지사라는 이유로 네가 받는 사회적 비난은 네가 보통 사람일 때보다 한 100배, 1000배 많을 거야. 네가 잘못한 건 책임져야 하지만, 그것(비난) 때문에 아빠는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하게 생각해’라고.”

남 전 지사는 “장남과 마약 퇴치 운동을 함께 하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뛴다”고 했다. 정계 은퇴 선언 후 스타트업(빅케어)에 도전할 때도 ‘가슴이 뛴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물론 ‘마약 퇴치’가 부자간의 낭만적 구호로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마약청 신설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쟁의 이유도 없고, 잡아 가둔다고 해결되지 않을 마약 문제는 지금 정도의 인식·제도·국가기관 상황으론 막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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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기자, 이경은·조은재 PD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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