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까지 순차 차출 전망
당내 공천 갈등 번질 가능성
대통령실 참모 일부가 추석 연휴 이후 대통령실을 떠나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전경. /박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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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내년 4·10 총선에 도전하기 위한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출마 러시'가 이르면 추석 연휴가 끝나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참모 차출설'에 긍정 신호를 내보냈지만 여당 내부에선 '낙하산 인사' '공천 개입'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의도 간 공천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내년 총선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여권 내에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참모진이 내년 총선에 대거 출마한다는 '용산 차출설'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차출을 요청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알려지면서 확산했다.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표면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장·차관의 총선 레이스 합류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출마 명단'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도) 일부 출마자들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후임자를 임명해야 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후임자 임명은 신원조회 등을 거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3년 차로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얻으면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서 국정과제 입법화 등 국정운영 동력을 확실히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총선에서 패배하면 리더십 타격을 입고 여권에서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대통령실과 내각에서 호흡을 맞추고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권 내에서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당은 대통령실에 총선 출마 의향이 있는 참모들을 파악했고, 대통령실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 대통령.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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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참모와 장·차관은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출마 희망 지역에서 조속히 기반을 다져야 하는 행정관급은 추석 연휴 직후인 이달 초 먼저 총선 레이스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1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공직사퇴시한 마감 시점인 내년 1월 11일을 기점으로 수석과 장관, 비서관급이 다수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출마 의사가 있는 참모진은 3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행정관급에서 10명 안팎이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정무수석실의 김인규 행정관은 추석 연휴 이후 대통령실을 떠나 부산 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비서관실의 최지우 전 행정관과 김찬영 행정관도 각각 충북 제천과 경북 구미 출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수석실에서도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이 다수 있다. 김대남 행정관은 경기 용인갑, 이창진 행정관은 부산 연제, 여명 행정관은 서울 동대문 지역, 신진영 행정관은 충남 천안 지역에 출마의 뜻을 두고 있다. 또 '당직자 출신'인 정무수석실 배철순 행정관은 경남 창원 의창, 국정기획수석실 조지연 행정관은 고향인 경북 경산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치부 기자' 출신의 홍보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이동석 전 행정관과 '보좌관' 출신인 정무수석실 이승환 전 행정관은 일찌감치 대통령실을 나와 각각 충북 충주와 서울 중랑을에서 총선 행보에 돌입했다. 이 전 행정관은 최근 중랑을 당협위원장에도 인선됐다.
수석급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강 수석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11월 대통령실을 떠나 고향인 충남 홍성·예산에서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 수석은 해당 지역에 자주 내려가 명함을 돌리고 행사장에 축기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사전선거운동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서관급에서는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주진우 법률 비서관을 비롯해, 강명구 국정기획·강훈 국정홍보·전희경 정무1·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 등이 출마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 비서관은 지난달 초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충북 청주 청원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중에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론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차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인 수석급에서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이진복 정무수석(왼쪽부터) 등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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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실 출신 및 내각 인사의 총선 출마는 빈번했다. 15대 총선은 김영삼 정부 집권 중후반에 실시됐는데 정권 고위직 인사 8명이 도전해 6명이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선 16명 중 8명, 17대 총선에선 14명 중 4명, 이명박 정부 말기에 실시된 19대 총선에선 5명이 출마해 4명이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70명이 총선에 도전해 총 19명의 청와대 인사가 국회에 입성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10여 명이 도전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1명만 당선됐다.
문제는 대통령실 참모진이 대거 총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되면 여권 내 공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참모진의 예상 출마지역 대부분이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등 보수 텃밭인 점이 주목된다. 친윤계는 여당과 대통령실이 힘을 합치는 모양새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비윤 및 중도 진영은 친윤의 '공천 독식'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이달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 의원인 부실 당협위원장을 제거하고 향후 공천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총선을 7개월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 20여 곳을 아직 남겨둔 것도 용산 인사 차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의 잇따른 당무 개입 논란도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대표를 당원투표 100%로 선출한다고 전당대회 규칙을 바꿨고,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다가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대통령실이 선두주자였던 이들의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력한 당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이른바 '안윤(안철수·윤석열) 연대' 발언을 대통령실이 강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 결국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대표가 과반 득표로 당선됐다. 지난 5월에는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안 해법에 대한 부정 여론이 커지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옹호 발언을 부탁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긴 보좌진과의 대화 녹취록이 나와 파장이 일었다. 지난 8월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앞두고 강신업 변호사의 출마 자제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대화 녹취록이 나와 또 '당무 개입'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에 머문 상황에서 '용산발 공천 물갈이' 압박이 들어올 경우 당내 저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낮을 경우 '정권 심판론'이 가동할 것을 우려해 여당도 대통령실과 거리 두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 인사가 단수 공천이나 유리한 지역 공천을 받을 경우 현역 의원이 반발하면서 공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2016년 3월 24일 5개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자신의 선거사무실 앞 영도대교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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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새누리당 시절 극심한 당내 공천 갈등을 겪다가 총선에서 패배했던 게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내세워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유승민 전 의원을 사실상 낙천시키자 당시 김무성 당대표가 공천위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영도대교에서 고심하는 모습은 현대 정치사에서 유명한 장면이다.
전문가는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 인사의 출마 지역, 경선 실시 여부가 공천 갈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원래 정치권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으로선 (참모 및 내각 인사 차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실 참모가 어느 정도 비율로 공천되는 게 맞느냐에 명확한 정답은 없다"라며 "정치 신인이나 검사 출신이라면 공천받는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몇 명이 출마하느냐보다는 어느 지역에 출마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마지가 보수 진영 텃밭 지역에 집중되면 대중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또 "경선을 할지, 컷오프나 단수 공천을 할지도 크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컷오프 시키다든지 대통령실 인사를 단수 추천하든지 하면 논란이 커지고 총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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