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사양 AI 칩도 '수출 제한 품목' 포함 전망
"EU, 중 영향력 우려한 미국 정책 따라하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9일 워싱턴 백악관의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및 관계자들과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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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倔起·우뚝 섬)'를 막으려는 서방의 대(對)중국 협공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을 내놓은 지 1년 만에 추가 제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중국을 겨냥한 첨단기술 수출 통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예비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 숨통 더 조이는 미국 "추가 수출 통제"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르면 이달 초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중국 정부는 미국 측과의 대화를 토대로 (미국의) 수출 통제 발표 1년에 맞춰 업데이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지난해 10월 7일 미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사용한 특정 수준 이상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수출통제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18㎚(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비메모리반도체(로직칩) 등의 생산이 가능한 장비 및 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첨단기술을 중국이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다만 당시 발표는 잠정 규정이었으며, 이번에 발표될 최종 규정은 기존 조치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예컨대 저사양 AI 반도체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대중 수출 통제에 따라 기존의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A100보다 성능을 낮춘 A800을 중국에 수출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제품의 수출도 막겠다는 것이다. 또 AI 개발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임대를 중국 기업엔 차단하는 방안도 추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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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있다. 미국 상무부는 추가 수출 통제 조치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미국이 최근 몇 주간 중국에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해 왔는데, 미중 관계 안정을 바라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길 원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기 위해 APEC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발표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U도 가세… '중국 겨냥' 반도체 수출 통제 추진
EU도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날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반도체·AI·양자·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연말까지 평가한 뒤, 내년에는 평가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할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계획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권, 법치, 민주주의 등 서방의 국가운영 지향점과 거리가 먼 권위주의 국가가 '위험성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로이터는 "점점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미국, 호주 등의 비슷한 대책을 유럽이 따라가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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