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특정지역사업 예타 완화·면제법 14건 발의
부산 가덕신공항-TK신공항·광주군공항법 이미 국회 통과
사전 비용추계도 소홀…“정당한 입법권 아닌 선심성 법안”
국회 본회의장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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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명시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사전 비용추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관련 특별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비정상적 꼼수 입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예타를 완화하거나 면제하는 조항을 담은 법안은 총 100건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반도체와 같은 국가첨단산업이나 노후도심 또는 소멸위기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한 예타 완화를 다룬다. 1999년 예타 제도 시행부터 유지돼 온 기준을 현실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다수다. 그러나 14건은 특정 지역에 대한 대규모 사업을 다루면서 예타 면제를 명시했다(상임위원장 대안 포함 기준). 부산가덕도신공항(3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4건), 광주 군 공항 이전(2건), 대구·광주 공항 이전(1건), 남해안권 개발(2건), 중부내륙 개발(1건), 대구~광주 고속철도(1건) 등이다.
특정 지역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특별법을 놓고선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한 입법권으로 볼 수 없는 선심성 법안들”이라고 꼬집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소멸위기지역, 국가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들은 국익을 위해 필요한 법안들”이라며 “그 외 지역개발 특별법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으니 특혜법을 만들어 내는 사실상 꼼수”라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2개월 앞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정애 정책위 의장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는 부산에 지역구를 둔 박수영 의원이 각각 법안을 내놨다. 법안에는 신속하고 원활한 공항 건설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에 한해 예타를 면제하는 특례 조항이 포함됐다. 대구 중진 의원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호영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관련 특별법도 올해 4월 광주 군 공항 이전과 맞물려 나란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가덕도신공항과 마찬가지로 예타 면제 조항이 담겼다.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을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하며 헌정 사상 가장 많은 261명의 의원이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해안권 개발 및 발전을 위한 특별법’과 ‘남해안권 관광진흥 특별법안’ 역시 수혜 지역에 지역구를 둔 소병철(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 민주당 의원과 정점식(경남 통영시고성군)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소 의원의 법안은 ‘남해안권 종합개발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이어진다. 정우택(충북 청주시상당구)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부내륙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깜깜이 비용’이다. 국회법 제79조의 2는 예산·기금상 조치가 필요한 법이 발의될 경우 예상비용을 계산한 비용추계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 법안 중 국회 발의 단계에서 비용추계가 완료된 법안은 단 1건도 없다. 현실적인 비용추계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비용만 추산하거나, 아예 비용추계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법안을 내면서 비용 문제는 외면하는 것이다. 약 13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역시 법안 발의 당시 비용추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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