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람 찾아와도 '부처님께 3천배' 주문…"참선 잘하라" 당부하고 열반
성철스님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내달 4일이면 성철(1912∼1993)스님이 열반한 지 30년이 된다. 불교계는 열반 전날인 11월 3일을 기일로 삼아 고승의 뜻을 되새기고 있다.
열반 당시 "이 시대를 대표하던 한국 불교의 얼굴", "불교계 마지막 '전설'" 등의 평가를 받았던 성철스님의 수행 이력과 사상이 다시금 눈길을 끈다.
성철스님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수행으로 주목받았다.
20대 후반이던 1940년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오도송(悟道頌·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표현한 선시)을 읊었고 깨달음을 얻은 후 장좌불와(長座不臥·눕지 않고 앉은 채 수행하는 것)를 시작했다.
성철스님 |
장좌불와 기간에 대해서는 8년, 10년 등 여러 이야기가 있으나 정작 본인은 몇 년을 했다고 자랑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자 주변에 가시울타리나 철조망을 쳐서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본인도 외부로 나가지 않는 '동구불출'(洞口不出)로도 유명하다.
대구 팔공산 파계사 부속 암자인 성전암에서 1955∼1964년 10년간 동구불출을 했는데 이 기간 일본의 남전대장경을 비롯한 불교 서적은 물론, 영문 잡지와 다양한 분야의 신종 서적을 읽었다.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 열역학, 수학까지 파고든 것으로 전해진다.
성철 스님 다비식(1993.11.10) |
성철스님은 젊은 시절 16년간 생식 또는 벽곡(辟穀·곡식은 안 먹고 솔잎, 대추, 밤 따위만 날로 조금씩 먹음)하기도 했다.
그는 10년의 동구불출을 마친 뒤 해인총림의 초대 방장(方丈)으로 추대된 이후 첫 동안거를 맞이해 1967년 12월 4일∼1968년 2월 18일까지 대중들을 위해 강설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른바 '백일법문'이라 불리는 그 유명한 법문이다.
백련불교문화재단에 따르면 당시 성철스님은 방대한 불교 교설 중 꼭 알아야 할 것만 골라 간략히 설명한다는 취지에서 '선(禪)과 교(敎)는 중도(中道) 사상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주제로 법문했다. 그래서 백일법문의 핵심은 '중도'로 꼽힌다. 성철스님은 '중도'라는 개념으로 선과 교를 통합했다.
성철스님의 사상 가운데 특히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돈오돈수'(頓悟頓修)라고 할 수 있다. 돈오돈수는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한 번 깨닫고 나면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즉 '닦을 것이 없다'는 뜻으로, 만약 다시 더 닦아야 한다면 아직 덜 깨달은 것임을 의미한다.
해인사 퇴설당에서 공개된 성철스님 유품(1993.11.10) |
성철스님은 돈오돈수를 설명하기 위해 서울을 이야기하는 방법에 비유하기도 했다. 남들이 서울이 어떻고 남대문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듣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직접 차를 몰고 한강 다리를 건너 남대문·광화문을 직접 돌아보는 것이 서울을 얘기하는 돈오돈수 방식이라는 것이다.
돈오돈수와 대비되는 사상으로는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단계가 따른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가 있는데 이에 대해 성철스님은 서울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비디오로 남대문이나 국회의사당을 보고서 서울을 봤다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까지 한국 선종에서는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의 돈오점수가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철스님이 돈오돈수를 옹호한 것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1967년 백일법문 때 이미 돈오점수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런 견해가 1981년 출간된 '선문정로'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성철스님을 스승으로 모신 원택스님은 저서 '성철스님 시봉이야기'에서 당시 상황에 관해 "'산중에 사는 수행승이 어떻게 크신 보조국사를 비판한단 말인가'하는 분노의 심정이 보조학계의 1세대에서 터져 나왔다"고 회고했다.
성철스님 |
성철스님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 찾아와도 불전에서 3천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은 깐깐한 수행자였다. 곁에서 모시던 이에게 "인제는 갈 때가 다 됐다. 내가 너무 오래 있었다"며 열반을 암시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린다.
"참선 잘하그래이!"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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