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활동 왕성해지는 뱀에 진드기까지 활개
조난 당하거나 무리한 산행으로 목숨 잃기도
가을 한라산 |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 더위를 핑계로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산과 들로 돌릴 최적의 계절이다.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야외활동이 많아져 덩달아 안전사고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주의가 필요하다.
◇ 바짝 독오른 뱀에 벌·진드기까지
"벌에 쏘였어요!"
지난 3일 오후 1시 33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 둘레길을 걷던 60대 남성과 70대 남성이 벌에 쏘였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들은 두드러기 등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같은 날 낮 12시 57분께 제주시 한 생태숲을 걷던 탐방객 3명도 벌에 쏘여 황급히 119에 도움을 요청, 응급조치를 받았다.
2020년 9월 18일에는 제주시 한라산 관음사 코스 탐방로에서 A씨 등 28명이 하산 중 무더기로 말벌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해 일부 탐방객이 병원 신세를 졌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벌 쏘임 사고는 2020년 37건, 2021년 77건, 지난해 9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벌 쏘임 사고 37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올레 7코스를 걷다 만난 뱀 |
불청객은 또 있다. 바로 '뱀'이다.
가을철 뱀은 겨울잠을 준비하면서 먹이 활동이 왕성해지는데 이때 공격성이 높아진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뱀 물린 사고로 전국에서 974명이 이송됐다.
실제 기자도 이달 두 차례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뱀을 만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바 있다.
감염병 매개체인 진드기도 가을철 왕성히 활동해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소방 관계자는 "벌 쏘임 예방을 위해서 등산이나 도보여행 시 짙은 화장품이나 향수 사용을 삼가고 긴 소매와 발목을 덮는 옷을 착용해 뱀과 진드기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이상 증세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등산 중 길 잃음·쓰러짐 사고 빈발…"무리한 산행 말아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풍광을 감상하며 정신없이 걷거나 금지 구역을 탐방하다가 길을 잃어 조난 당하는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 8일 오전 9시 45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에서 하산 중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산방산은 2031년 12월 31일까지 공개 제한 구역으로 지정, 매표소에서부터 산 중턱에 있는 산방굴사까지 정해진 곳만 출입이 가능하다.
지난 8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조난객 구조하러 출동한 소방 헬기 |
하지만 신고자인 관광객 2명은 전날 산방산에 올라갔다가 하산하는 길을 찾지 못했고, 날이 어두워지자 산 절벽 인근에서 밤을 지낸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신고자가 있는 위치로 접근이 어려웠던 탓에 헬기를 동원해 이들을 구조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제주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 958건 중 절반 가까운 44.8%(429건)가 조난 사고로 집계됐다.
특히 이 기간 발생한 산악 사고는 걷기 좋은 계절, 봄(30.8%)과 가을(30.5%)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행이나 도보여행 시 무엇보다 계속해서 자기 몸 상태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지난 3일 오전 10시 25분께는 한라산 영실 통제소 인근에서 산을 오르던 A씨가 갑자기 쓰러져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응급처치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실제 제주에서 최근 3년간 산행 중 개인 질환이나 탈진·탈수, 저체온증 등으로 119구급대가 출동한 사고만 139건에 이른다.
산악 사고(CG) |
소방 당국은 가을철 일교차가 큰 만큼 산행이나 도보여행할 때는 여벌의 옷과 긴소매 옷 등을 챙겨 보온에 대비하고, 낮의 길이가 짧고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해가 지는 시간을 고려해 코스를 계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심장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발생이 큰 등산 전에는 반드시 전신 스트레칭을 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무리한 산행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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