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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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1년 넘게 지속돼온 검찰의 이 대표 수사는 분수령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정치보복’, ‘표적수사’라는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검찰청을 투입해 이 대표를 1년 넘게 먼지 털듯이 샅샅이 털었지만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검찰 수사의 시작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었다. 대장동 의혹은 대선을 7개월 앞둔 2021년 9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돼 서울중앙지검이 대선 전까지 수사했지만 이 대표를 기소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대선에서 이 대표가 패배하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인 지난해 7월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팀을 재편했고, 새 수사팀은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새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 초기 시행사 관계자, 성남시 공무원 등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면서 대장동 사업 초기 단계부터 다시 살폈다. 서울중앙지검의 3개 반부패부 중 2개 부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뿐 아니라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추진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도 수사 대상에 올렸다. 지난해 8월31일 위례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시공사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민간업자 남욱씨의 구치소 수용거실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9월 유 전 본부장과 남씨가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폭로성 진술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기화로 검찰 수사는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이 대표 측근들이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19일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하고 자택과 민주당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을 기소한 지 하루 만인 지난해 11월9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혐의로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불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두 사람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다른 검찰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지난 1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귀국하면서 대북 송금 의혹 수사에 불이 붙었다.
백현동 의혹 수사는 지난해 7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감사원은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참여를 소극적으로 검토해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1월말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월초 핵심 인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회사 사무실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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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6차례 검찰에 나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1월10일 성남지청, 1월28일 서울중앙지검, 2월10일 서울중앙지검, 8월17일 서울중앙지검, 9월9일 수원지검, 9월12일 수원지검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검사 수십명, 수사관 수백여명을 동원해 400여차례 압수수색을 벌이며 이 대표와 그 주변을 먼지 털듯이 탈탈 털었지만 제대로 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장동 사건이 그랬듯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 허위 주장의 실체가 밝혀질테니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해 범죄자로 낙인찍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 대표는 대선 때 대장동·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허위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과 성남FC 의혹 사건으로도 기소됐고,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은 검찰이 수사 중이다. 최근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섰는데, 검찰은 이 인터뷰의 배후가 이 대표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가 받는 의혹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검찰이 직전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야당 대표를 이렇게 많은 시간과 인원을 투입해 전방위로 수사한 경우는 과거에 없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이뤄진 지난 21일 의사진행발언에서 “윤석열 정부 검찰은 지난 1년반 동안 대선 경쟁 후보였던 이 대표와 민주당을 정말 먼지 털 듯이 수사했다”며 “검찰청만 세 곳이 나섰고 압수수색은 376차례나 진행됐다. 유례없는 대규모 수사였지만 사실로 드러난 범죄는 없었다”고 했다.
같은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이고, 이 의원이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라며 “민주법치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초유의 방식으로 증거가 인멸·조작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은 한 장관의 주장과 달랐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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