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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월드리포트] 안 넘어지는 게 재선 전략? 80대 바이든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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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나이'는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언제든 강점이나 약점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젊은 정치인에게는 '참신함' 혹은 '혁신', '패기'로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간주돼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나이 있는 정치인도 마찬가지여서 '풍부한 경륜', '노련함'으로 경쟁력이 되기도 하지만 '구태', '건강 우려' 등으로 비칠 경우 발목을 잡힐 수도 있습니다. 1997년 70대 중반의 나이로 취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대선 당시 고령에 대한 편견으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대의 씨는 형의 선거를 돕다 지병인 간경화와 과로로 건강이 악화돼 쓰러진 뒤 대선 전날 숨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동생의 죽음이 고령인 후보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슬픔 속에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생인 대의 씨도 숨을 거두기 전 부인과 가족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임종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유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하라!'…바이든의 재선 전략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미국에서도 주요 후보들의 '나이'가 화두입니다. 특히 재선 도전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습니다. 올해 80살로, 재선에 성공할 경우 86살에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고령이어도 활동에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게 백악관의 고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 후 자리로 돌아가다 바닥에 있는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지는가 하면 다음달인 7월에는 미 공군1호기에 오르다 계단에서 살짝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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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서 넘어진 조 바이든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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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 참모진이 고령 논란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고령 후보에 걸맞은 맞춤형 재선 전략인 셈입니다. 먼저 지난 6월 이후 미끄러지지 않도록 테니스 운동화를 더 자주 신도록 하고, 비행기 탑승 때도 전보다 짧은 계단을 기체 낮은 곳에 연결해 이용하도록 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균형감각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21년 말부터 물리 치료사와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3.5%)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우려(74%)가 4차례나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우려(62%)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또 민주당 성향의 응답자들 가운데 62%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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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이 반영된 것인지 지지율도 상당한 변동을 보였습니다. 그간 접전 양상을 보였던 것과 달리 해당 조사의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51%, 바이든 42%로 지지율 격차가 9%p까지 벌어졌습니다. 조사를 발표했던 워싱턴포스트도 예상 밖 결과에 다소 놀란 듯, 이번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와 상충한다며 기존 추세에서 벗어난 이상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나이만 놓고 보면 최대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77살로 바이든 대통령과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도 넘어지거나 굼떠 보이는 모습, 말 실수 등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매년 검진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햄버거를 즐기는 등 건강하지 못한 트럼프의 식습관 등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워싱턴 정가의 한 지인은 트럼프가 미디어에 활력적으로 비쳐졌던 것과 달리 재임시절 백악관에서는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는 등 굉장히 피로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능력, 건강까지…미 유권자 감별사 해낼까



미 의회에서 활동했던 한 전문가는 내년 대선이 코로나 19속에 치러졌던 지난 대선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방역 문제로 후보들의 공개 활동이 제한됐던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고령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거란 설명이었습니다.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적 · 정신적 건강 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면 지금 같은 '나이 논란'은 부당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업무 수행 능력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로 걸을 수 없었지만 무려 4차례나 대통령직에 올라 대공황을 극복하고 (비록 독일과 일본이 항복하는 걸 보지 못하고 서거했습니다만) 사실상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미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 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두 후보의 정책과 능력뿐 아니라 건강 상태까지 감별해내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걸로 보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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