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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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의심한다” “검찰 관련해 탄압 내용을 상세하게 써서 옥중서신을 보내달라”
지난 7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접견한 부인 백모씨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는 정황이 담긴 접견 녹취록이 공개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가 26일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48차 공판을 마친 뒤 진행한 영장실질심사에서다. 구속 기간 만료(10월 13일)가 다가오자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청구했다.
새로 받게 된 혐의는 2021년 10∼11월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임직원들에게 자신이 사용한 쌍방울 법인카드 자료를 인멸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이례적으로 공개 진행됐다.
검찰은 “피고인을 구속하지 않으면 증거방법을 훼손·변경·위조하거나 공범인 증인에게 부정한 간섭 등 영향을 가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60쪽 분량의 PPT에 백씨와 민주당 인사들의 회유 정황을 빼곡히 담았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8월 21일 접견에선 “이재명이 SNS에 김성태의 자백에 대한 글을 썼다”며 이 대표의 뜻을 전달했다. 그런 뒤 “10개월간 다 참았는데 그거 보람되도록 하고 조국보다 당신이 더 멋진 사람으로 돼 있어. 영웅이 될지 자뻑이 될지 당신이 판단하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또 백씨가 민주당 의원들과 16차례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민주당 가짜 변호사 선임 의혹’을 상기시킨 뒤 “민주당 무관한 피고인의 개인 비위인데 민주당이 피고인과 소통 루트를 지속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재판을 위해 상호 공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백씨가 강압 수사를 주장하면서 최근 재판을 파행시킨 시점이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인 이우일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을 만나 “이 전 부지사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당이 돕겠다”고 말한 이후라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방용철(구속 기소)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과 측근인 신모(구속 기소)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것도 “피고인에 의한 증언 오염 및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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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수사권 남용이 있었다. 후안무치, 철면피 이런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1년이나 구속돼 있던 피고인을 추가 구속하겠다는 것은 형사법이 규정하는 구속제도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진행되는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이 이 전 부지사 사건의 추가 증거를 제출하고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검사가 그토록 피고인의 동의를 얻으려고 한 것은 본 사건이 아닌 ‘이재명 구속을 위한 것’이라는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도 “제가 증거인멸을 교사할 만큼 무모하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쌍방울이) 들어줄 상황도 아니었다”며 “1년 동안 구속된 상태에서 방어권을 거의 행사할 수가 없었다. 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살펴본 뒤 이 전 부지사의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내달 13일 이전까지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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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 기자회견·이화영 탄원서 놓고 실랑이
이날 재판에선 백씨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려다 돌연 취소한 것도 검찰과 변호인 사이 신경전의 소재가 됐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심문과 이 전 부지사의 공판기일 추가 구속심문 전날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씨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며 “(이 전 부지사 측이) 소송행위를 법정이 아닌 언론에 배포한 이유가 무엇인지, 현직 민주당 도의원인 변호인(김광민 변호사)이 민주당 대표를 돕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지 소명을 요청한다. 재판부도 피고인 측에 엄중 경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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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 변호사는 “(백씨가) 기자회견장을 잡아달라고 하고, 해당 자료를 언론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해 공유했을 뿐인데 (내가) 마치 재판을 방해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 자체가 변론권 방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의 새로운 사선 변호인인 법무법인 KNC의 김현철 변호사도 “배우자의 (기자회견) 취지는 ‘민주당이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도와주지 않았다’는 억울함으로 피고인의 아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검찰이 말하는 소송행위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배우자나 가족 입장은 이해하지만, 재판이 외부적으로 이뤄지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는 재판부에 제출하기 위해 쓴 탄원서를 반출하는 문제를 놓고 김광민 변호사가 교도관과 언성을 높이는 일도 벌어졌다. 김 변호사는 “전날 접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그동안 내가 작성한 옥중편지 등은 자유의사로 작성한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할 테니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는) 재판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교도관이 탄원서 반출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치소 측에서 공범 간 서신 규정에 대해 절차대로 해달라고 안내했는데 (변호인이) ‘부당한 외압이 아니냐’는 취지로 문의했다”며 “피고인 측에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변론 활동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받아쳤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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