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재명 "민주당에 힘 모아달라"
민주, 의원 전원에 "李 탄원 서명" 요구
'전면전 자제' 비명, 지도부 사퇴 주장
정청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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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사실상 내전 상태'라는 평가다. 이 대표의 단식과 원내지도부가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틈을 타 친이재명계 최고위원회가 당 운영권을 쥐면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배신과 협잡" "암적 존재"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가결 후 첫 입장문에서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을 지켜달라"며 대표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코너에 몰린 비이재명계는 반격을 자제했지만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친명 지도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 조치 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며 상응 조치를 예고했다. 23일째 단식 중인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데다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전날 사퇴하면서 회의 사회권은 최고위원선거에서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친명계 정 최고위원이 맡았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배신과 협잡의 구태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고 주장했고, 서은숙 최고위원도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며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응징을 요구한 것이다.
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 제출을 요구했다. 오는 26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법원에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은 안 된다'는 당 차원의 결의를 보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탄원서에 사인하지 않은 의원들을 사실상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간주해 색출하려는 의도"라는 뒷말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지도부가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를 대비해 '국회의원은 비회기 중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는 헌법 44조 2항 등을 활용하려는 친명계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친명계가 당을 장악한 가운데 이 대표의 구속 시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에 대한 석방요구결의안은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연서를 통해 발의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음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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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이재명 "민주당 주인이 돼 질책해 달라"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검사독재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 첫 입장을 내면서 대표직 사퇴 등 거취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울 정치집단은 민주당"이라며 "검사독재정권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을 강조한 메시지인 셈이지만,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의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 달라"며 강성 지지층의 입당과 결집을 호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 당 접수 속 비명은 당장 반격 자제
이 대표와 친명계가 목소리를 키우면서 비명계 불만은 커지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방탄' 이미지를 벗어냈지만,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팬덤정치'에 당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내세워서는 내년 총선에서 외연 확장을 통한 승리가 요원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가 이를 뒤엎는 결정을 해서 (체포동의) 찬성으로 돌아선 의원들이 있다"며 "근본적으로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비명계는 당장 반격에 나서기보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도부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이원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책임져야 될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 지도부"라며 "(친명계가) 박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으면 (최고위 포함 지도부) 총사퇴가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지 못한다면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 의원 협의체라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 영장심사 등이 갈등 분수령 될 듯
친명·비명 간 갈등은 아직 전면전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와 향후 원내대표 선거 등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명계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서둘러 치르기로 했다. 24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은 뒤 26일 선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보궐선거인만큼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홍익표, 김두관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로 분류된 터라, 친명계가 원내대표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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