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국민 DNA 수집...신약·무기 연구에 활용"
산전 태아 검사로도 유사 논란...'전 국가적 사업'
2022년 3월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시설 '파이어 아이' 실험실에서 직원들이 분석 결과를 들여다보고 있다. 산둥=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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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 세계 유전자 패권을 쥐기 위한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기반 바이오기업이 세르비아, 캐나다, 호주 등 20여 개국에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 시설을 지원했는데, 이를 통해 전 세계인의 유전자(DNA) 정보를 수집해 연구 자료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DNA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중국의 이 같은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생화학 무기를 제작하거나 유전적으로 강화된 군인을 양산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DNA 도둑질을 ‘재능 기부’로 포장한 중국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글로벌 기업 ‘베이징게놈연구소’(BGI)가 팬데믹 기간 해외에 판매하거나 기증한 ‘파이어 아이’(Fire-Eye) 실험실에 서방 정보기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원 명분은 바이러스 연구 지원이지만, 전 세계 수백만 명의 DNA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중국 난징 국제 전시 센터에 간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시설 '파이어 아이'가 여러 개 설치돼 있다. 난징=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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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돼 있던 파이어 아이를 작동시키면 대형 접이식 텐트처럼 부풀어올라 밀폐된 실험실 공간이 즉석에서 생긴다. 설치가 간편하고 첨단 바이러스 분석기기가 내장돼 있어 바이러스 감염 급증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 각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다. 세르비아에선 아나 브르나비치 총리가 “중국이 가장 진보된 연구소와 전문 지식을 제공했다”며 파이어 아이 도입을 반겼고,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도 실험실을 계속 운영 중이다.
그러나 중국의 '검은 의도'가 감춰져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WP에 “중국 정부는 팬데믹을 계기로 그간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국가들에 유전자 서열 분석 기계를 배포했다”며 “전 세계 국가로부터 DNA 자료를 모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과 BGI는 ”장비와 노하우를 제공했을 뿐 유전자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등의 경우에 외국에서 취득한 독점 정보를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게다가 BGI는 정부와 밀착돼 있다. 공산당을 대신해 중국 최초의 국가급 유전자 정보 저장시설인 ‘국립 유전자 은행’ 설립을 주도했고, 중국 국영은행으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지원받았다.
상습적인 수집...세계 '유전자 전쟁'에 불붙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 여성이 산전 검사 '니프티'(NIFTY) 검사 결과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병원이 산모의 혈액을 채취해 BGI 연구소로 보내면 태아의 기형 여부 등이 적힌 결과지를 받아볼 수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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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BGI는 태아의 다운증후군 등 기형 여부를 판별하는 산전 검사 ‘니프티’(NIFTY)를 이용해 전 세계 50여 개국 840만 명의 DNA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GI는 “수집된 데이터가 중국의 국가 안보 또는 국방 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될 때 공유될 수 있다”고 웹사이트에 공지하기도 했다. 이에 독일, 슬로베니아 등에서는 데이터 유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미 국방부는 지난해 BGI를 ‘군사 기업’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생명공학을 정부 투자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고, DNA를 ‘전략적 국가 자원’으로 정의했다. DNA 무기화에 뛰어든 셈이다. 미국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기관과의 파트너십 체결과 주식 매입 등을 통해 미국인의 유전자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를 얻은 중국 기업은 24곳이나 된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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