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바다 건너로 지난달 24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AP·교도연합뉴스 |
중국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오염수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처리를 요구했고, 일본과는 상대국 국민들의 감정적 대응에 대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馬朝旭) 부부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라페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만나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22일 밝혔다. 마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 일본 내 민중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의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추진했다”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마 부부장은 이어 “IAEA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책임 있게 오염수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실질적인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지속적인 반대 입장 표명에도 일본이 지난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해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국내외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여론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중국은 “일본이 핵 오염수를 일방적으로 태평양에 방출했다”며 “(국제사회가) 일본에 해양 방출 중단을 요구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맞서 일본은 지난 18일 뉴욕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는 등 맞불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양국 오염수 갈등은 국민들의 감정적 대립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후 약 3주 동안에 베이징 주중 일본대사관에 40만통이 넘는 항의성 스팸 전화가 걸려왔다고 보도했다. 오염수 방류 시작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하루 4만통 넘는 스팸 전화가 걸려 왔고, 이후에도 하루 평균 1만통 가량의 스팸 전화로 대사관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오히려 일본 내 자국 공관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일본이 상황을 과장해 여론을 오도한다고 맞서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 주재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도 대량의 스팸 전화로 정상적인 운영을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며 역으로 일본 측에 주일 중국 공관과 기업, 국민들의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법에 따라 중국 주재 각국 공관의 안전과 외국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며 “일본 측은 과장된 선전을 중단하고 여론을 바르게 이끌어야 하며, 사안의 초점을 옮겨 오염수 방류의 잘못을 감추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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