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30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이 시작될 때도 긴장된 분위기는 유지됐다. 그러나 한 장관의 설명이 8분을 넘어서자 민주당 의원들이 “짧게 합시다”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장경태 의원은 “뭐하는 겁니까! 국회의원 법안 제안 설명보다 더 길게 하네!”라고 소리를 질렀고, 정청래 의원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외쳤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원 여러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의석에서 조용히 경청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멈추지 않았다. 한 장관은 더 이상 설명을 이어가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의장석에 불려나간 상황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왜 이리 시끄럽냐”고 소리치며 대치하기도 했다. “국민 앞에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버티던 한 장관도 끝내 증거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체포의 필요성만 이야기하고 연단에서 내려갔다.
오후 4시 투표가 시작됐고, 4시20분 김진표 국회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본회의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개표가 이뤄지는 동안 민주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각각 원을 그리고 모여 서서 뭔가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그러다 검표위원들 어깨너머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박수를 치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 의장에게 개표 결과가 보고될 때 이미 민주당 의원들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졌다. 김 의장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발표하자 민주당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
여야 검표위원이 개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효표’ 논란도 발생했다. ‘가’라는 글자 옆에 희미한 점이 찍힌 투표용지 1장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은 “무효표”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점은 투표용지에 묻어난 잉크여서 가결표”라고 반박하면서다.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상의에 나섰고, 결국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민주당 의견을 수용하면서 무효표로 확정됐다. 무효표는 총 4장이 나왔는데 나머지 3장은 ‘가’만 쓰지 않고 동그라미를 덧씌워 ‘㉮’로 표시한 1표, ‘기권’이라고 적은 1표, 글자 없이 점만 찍은 1표였다.
친명계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이게 당이냐” “누군 바보인 줄 아느냐”고 소리를 질렀고, 진성준 의원은 들고 있던 종이를 바닥에 던진 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의석에 앉아 손을 이마에 댄 채 생각에 잠겼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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