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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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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뽑아야" "누구 죽일듯"…총선 200일 전, 野 내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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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이란 메가톤급 폭탄이 한국 정치에 떨어졌다.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야권의 리더십 변화 가능성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의 구도가 요동칠 게 분명하다. 그 충격의 강도와 방향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168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200일 남짓 앞두고 일단 '대위기'를 맞았다. 이르면 추석 전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민주당은 초유의 리더십 공백 상황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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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결과를 기다리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9.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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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사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껴안고 총선을 치를 거냐”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데 당내 이견은 없었지만, 등락을 반복하는 지지율에 “총선까지 ‘이재명 체제’로 치르면 필패”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그래도 이번엔 당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반등했지만, 전날 이 대표가 자신이 공언했던 “불체포권리 포기’를 석 달 만에 뒤집으면서 기류가 또 급변했다. 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방탄 야당'의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에서 이 대표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경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야권 비주류의 인식이 이탈표의 배경에 깔려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날 오전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비명계'인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만나 ^통합 기구 설치 ^당 운영 개혁 등 일종의 '절충안'을 전달한 건 비명계 내의 '이변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를 통해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당내 의견 수렴 기구 설치 의향을 나타냈지만, 결과적으로 비명계 의원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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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 용지 안쪽에 반대를 의미하는 '부(否)' 글자가 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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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가 어쨋든 가결을 주도한 비명계와 이 대표 주변 친명계간 갈등의 증폭은 불 보듯 뻔하다. 먼저 친명계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다. 김병기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친명계 의원들도 “울분이 너무 커서 참을 수 없다”(이원택), “피가 거꾸로 솟는다”(전용기) 같은 거친 말을 내뱉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최근 ‘12월 정기국회 이후 비회기 때 이 대표가 영장 심사에 응한다’고 설득한 것 자체가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란 시그널이었는데, 비명계는 무리하게 체포안을 가결했다”며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곧 내전 상태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김 부총장은 페이스북 글 말미에 “대표님, 이제 칼을 뽑으시라”고 적었다. 친명계는 권리당원들을 향해 “탈당하지 마시고 이재명 대표 곁을 지켜달라”(정청래 최고위원)라거나 “구태정치와 모사꾼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김남국 무소속 의원)며 결집을 호소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날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한 의원은 “(분위기가) 살벌하다. 누구 하나 죽일 것 같다”며 향후 파장을 주시했다.

만약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대표 권한대행을 누가 맡을지부터가 문제다. 현행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시 우선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득표율 순으로 당대표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와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 순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친명계 의원들이 원내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건 그 전쟁의 시작이다. 비명계 의원들도 이에 맞서 지도부 총사퇴 연판장을 돌리며 맞불을 놓았다.

물론 이 대표의 입지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은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3항에서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 적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도 “이 대표가 옥중공천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은 '옥중의 이재명 체제'로 치러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이 대표가 구속되면 결국 스스로 물러나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이날 ‘부결’에 투표한 중간 지대 의원들 중심으로 새로운 당 대표 후보를 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전남 장성군 장성문화예술회관에서 강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좀 여러 가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며 대답을 아꼈다.



당내 갈등 격화와 이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이 당장엔 야권에 악재지만 결과적으로는 총선 구도가 야당에 유리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윤석열 정권에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할 수도 없는 중도층 표심이 '이재명 없는 야당'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만약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기각될 경우 오히려 이 대표가 야권의 중심으로 금의환향하는 반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야당의 친명계를 중심으로 표출되고 있다.

오현석·성지원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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