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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스프] 이탈리아서 버리는 꽃게 수입, 이것도 경쟁국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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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에서 조개를 먹어치우며 처치곤란이 돼 버린 꽃게를 우리가 수입하게 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비싼 꽃게 가격이 좀 싸질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꽃게를 좋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 아니었다. 우리 못지않게 꽃게에 진심인 나라, 미국에서도 이탈리아 꽃게를 수입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자가 붙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꽃게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하는 게 가능할까?

블루크랩을 즐기는 미국인들



미국인에게 꽃게는 단순한 요리재료 그 이상이다. 꽃게 요리도 좋아하지만 꽃게를 잡는 것도 좋아한다. 미국에선 꽃게잡이를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다. 물고기를 잡는 건 피싱(Fishing), 게를 잡는 건 크래빙(Crabbing)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푸른 꽃게, 이른바 블루 크랩은 원래 고향이 대서양이다. 미 북동부 메인주부터 남동부 플로리다까지 동부 대서양 해안가를 따라 폭넓게 서식한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인천 앞바다 놀러 가듯, 미 동부 사람들은 자신의 집 근처 바닷가에 나가 크래빙을 즐긴다. 크래빙의 장점이라면 낚시보다 훨씬 쉽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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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장비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미끼로는 닭고기나 생선 대가리, 그리고 이 미끼를 묶을 실 정도만 있으면 된다. 명주실에 생닭 한 토막을 묶어 바닷물에 집어넣으면 그 냄새를 맡은 꽃게들이 몰려와 금세 무는데, 꽃게가 많은 날은 채 5분도 되지 않아 한 마리씩 건져 올리는 것이 가능할 정도이다.

아이들과 낚시를 하면 엉킨 낚시 줄 풀어줘야 하고, 미끼 꿰줘야 하고, 잘 안 잡힐 때에는 칭얼대는 녀석들 달래주기도 해야 하는데, 크래빙은 닭고기 한 덩이 실에 묶어주면 열댓 마리는 금세 잡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인들에게 크래빙은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레저생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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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맛은 또 얼마나 좋은가. 미국 블루크랩 맛은 우리 꽃게와 거의 비슷하다. 꽃게의 특징인 단맛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동부 해안가에서 잡히는 다른 게들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국적 불문, 사람들 입맛은 다 똑같은가 보다. 꽃게 맛이 좋다 보니 블루 크랩을 게 중의 게, 킹 오브 크랩 (King of Crab)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미국이 게를 먹는 방법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우선 ‘크랩 케이크’이라는 요리가 있다. 게 껍데기 안에서 살만 발라내 튀기거나 굽는 요리인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펀지밥’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게살 버거’의 ‘게살 패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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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 케이크


그다음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쪄서 먹는 방법인데, 찐 게 위에 ‘올드 베이 시즈닝’이라는 라면 수프같이 생긴 붉은색 가루를 뿌려 먹는다. 먹는 방법도 다른데, 넓은 식탁 위에 게를 펼쳐놓고 망치와 나이프를 이용해 껍데기를 부숴가며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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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블루크랩을 잡아오면 라면에 넣어먹거나 역시 쪄먹는다. 그리고도 남는 블루크랩으로는 게장을 담그기도 하는데, 푸른색 게를 게장으로 담그면 우리나라 꽃게와 마찬가지로 푸른 빛깔은 모두 사라지고 갈색으로 변한다. 맛도 꽃게로 담근 게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게 블루크랩, 푸른 꽃게이다.

미국에서 꽃게를 수입하려는 이유



미국인들이 이처럼 꽃게에 진심이다 보니, 이번 이탈리아 꽃게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가 지금까지 폐기한 꽃게는 300톤으로, 국내 간장게장 업체에 문의해 보니 간장게장 100만 인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 얘길 전해 들은 미국인들은 ‘오 마이 갓!’을 외친다. 그 아까운 걸 왜 버리느냐는 것이다. 꽃게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다는 글도 많은데, 과거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유행어를 낳은 광고가 생각나기도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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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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