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에 이어 中 배터리에 발목 잡혔나…EU, 탈리스크 고심중

"2030년까지 중국 의존 커질 것…시장 다변화 필요"

중국 배터리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연합(EU)이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했던 것처럼 중국에 리튬 이온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다음 달 5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작성된 관련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 간헐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유럽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저장해둘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리튬 이온 배터리와 연료전지, 전해조(전기 분해 장치) 수요가 몇 년 사이 10배에서 30배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해조의 중간·조립 단계에선 EU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지만, 전기차에 필수적인 연료 전지와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짚었다.

보고서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유럽 에너지 생태계는 2030년 중국에 의존하게 될 수 있으며, 그 심각성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했던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전인 2021년 EU는 전체 가스 소비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했다. 또 석유는 27%, 석탄은 46%를 각각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더 이상 사들이지 않게 되면서 EU 내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이는 물가를 끌어올렸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했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기 위해 EU 회원국 정상들은 다음 달 회의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와 연료전지 공급처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로 다변화해야 하는 필요성 등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EU가 리튬 이온 배터리와 연료전지뿐 아니라 디지털 장치도 외국에 의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센서, 드론, 데이터 서버, 저장 장치와 디지털 전송 네트워크 등 디지털 장비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10년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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