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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스프] 당신이 발 디딘 그곳이 마침 회사였을 뿐… 결국은 '사랑'이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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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본 사내 연애의 매혹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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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인생의 고민 중 어쩌면 가장 크게 다가올지도 모를 '연애', 이 둘이 결합했다면? '직장고민상담소-대나무슾'의 서브 코너 '비밀리'에서 연애전문가들의 발랄하고도 진지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보세요!

우리는 왜 회사에서 사랑하는가

사랑은 자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 의외성이야말로 연애가 선사하는 짜릿한 선물일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하는 것은 타이밍뿐만이 아니다. 사랑은 때로 예고도 없이 일상의 공간에 불쑥 나타난다. 그리고 이곳이야말로 예상치 못한 사랑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다름 아닌 '회사' 말이다. 우리는 왜 회사에서 사랑하는가. 아니, 질문을 조금 수정하겠다. 우리들이 회사에서 사랑에 빠지고야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안하지만 나는 답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영화는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 우리가 일하는 낮의 공간에서 사랑에 빠진 이들에 대한 몇 편의 영화가 있다. 이 작품들을 하나하나 손끝으로 짚으며 함께 떠올려 보려 한다. 아름다운 장면들 사이에서 사내 연애가 품은 매혹의 비밀을 엿볼 수 있기를 바라며.

사내 연애의 '판타지' 〈500일의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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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0일의 썸머> 스틸컷. 썸머(왼쪽)와 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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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사내 연애에 관해서라면, 레전드(legend)로 인정받는 작품이 하나 있다. 전 세계 무수한 남자들을 울렸던 바로 그 영화, <500일의 썸머>(2010) 다. 카드 문구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톰(조셉 고든 레빗)은 비서로 입사한 썸머(주이 디샤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썸머는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아름다운 여자고, 톰은 비교적 평범한 청년이다.

혹은 이것은 톰이 생각하는 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두 남녀는 우연한 기회에 친해지고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톰과 진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썸머 사이에는 불안한 간극이 존재한다. 세간의 평과 다르게, 이 영화는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하는 남자와 그를 저울질하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서로 다른 감성을 지닌 두 남녀 사이의 온도 차를 계절에 빗대어 그린 아름다운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전설적인 작품답게 <500일의 썸머>에는 사내 연애의 로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복사실에서의 키스' 장면이다. 서로 알게 된 지 31일째. 하지만 둘 사이에 오가는 호감을 확인한 상태. 남녀는 복사실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안녕? 안녕. 그리고 썸머가 톰에게 또각또각 다가간다. 살짝 당황한 톰이 의미 없는 스몰 토크를 하자, 썸머가 키스한다. 부드럽고 열정적으로. 그들 뒤로 계속 돌아가는 복사기. 기계가 작업을 완료하자 썸머는 종이를 들고 사뿐히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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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리는 '사내 연애의 판타지'에 가까운 장면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일상의 변화는 스트레스에 가깝다. 보는 눈도 많고 말도 많은 직장에서의 로맨스가 늘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때때로 기다리고, 고민 끝에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순간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치 못한 설렘. 불안하지만 짜릿하고 달콤한 사랑의 습격 말이다.

현실판 사내 커플은...<연애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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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온도> 스틸컷. 은행의 사내 커플인 영(왼쪽)과 동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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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가 사내 연애에 대한 동화에 가깝다면, 여기보다 현실적이고 한국적인 영화가 있다. 포스터부터 마치 한 커플의 셀카를 보는 듯한 인상을 자아내는 <연애의 온도>(2013) 이야기다.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 사내 커플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애가 마냥 이쁘지는 않다. 개와 고양이처럼 끊임없이 물고 뜯는 사이. 만남과 이별이 반복된다.

<500일의 썸머>가 사내 연애를 둘러싼 감성의 결에 집중한다면, <연애의 온도>는 그것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헤어지자 말하고 바로 다음 날 직장에서 마주쳐야 하는 지긋지긋한 일상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몰입감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지겹고도 애틋한 사내 연애의 오색찬란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펼쳐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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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 둘이 헤어지고 나서, 영이 새로 만나는 민 차장(박병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돈다. 그가 영을 나쁘게 대하고 있다는 말. 회사 워크숍에서 소문을 들은 동희는 분노에 휩싸여 민 차장을 찾아가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에게 폭력을 퍼붓는다. 이 순간이 안쓰러운 것은 분노를 토해내는 동희의 못난 모습에서 영을 향한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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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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