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동반… 대구 사저 처음 찾아
金 “당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
야권 인사 만남 등 ‘외연 넓히기’ 병행
朴, 사면 후 첫 여당 만남 ‘존재감 과시’
MB도 공개 행보 … ‘측근 힘 싣기’ 분석
당내선 보수세력 규합 고리 역할 기대
김 대표는 이날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50분가량 박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당에서는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이번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부탁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朴 前대통령과 기념촬영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 정책위의장, 김 대표, 박 전 대통령,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유영하 변호사. 국민의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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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도 나왔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뵈면 ‘한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 달라고 했다”며 “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 드렸더니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천막당사’로 당의 위기를 극복했던 이야기와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급전직하로 다시 회생하기 어려울 만큼 위기상황이었을 때 천막당사 결단으로 당을 살린 과거 역사도 되짚어 보고,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박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오늘의 번영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여를 했던 것을 되짚어 보며 지도자 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도 나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예방 배경에 대해 “보수의 정통성과 뿌리를 지켜왔던 사람이자 당 대표로서 우리 당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당연한 예의”라면서 “고쳐야 할 건 고쳐야겠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마저도 등한시해선 안 된다. 긍지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 위에 개혁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김 대표가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역시 2021년 연말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첫 만남이다. 앞서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지만 당시 당 지도부의 설화 등 당내 수습과 4·19혁명 기념식 참석 등으로 일정이 순연된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당 대표 취임 후 김 대표가 박 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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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 전 대통령 예방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 텃밭’ TK(대구·경북)의 여권 지지세가 이전만큼 강고하지 않다는 위험신호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국민의힘의 TK 지지율은 62%(3월 첫째주)에서 54%(9월 첫째주)로 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TK 지지율은 13%에서 23%로 10%포인트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지도부 관계자는 “TK 지지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기 때문”이라면서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80∼90%가 나오는데 TK에서 우리는 절반이 약간 넘는 정도다. 70∼80%까지 가려면 TK 민심을 좀 더 다독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 회복과 강화를 위한 국민의힘·교원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취임 6개월을 넘긴 김 대표는 보수 통합과 동시에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만났고,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등 진보 진영 출신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최근 전당대회 당시 각을 세웠던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조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호남 출신 전문가들과 민주화운동 유가족 등 각계각층과 접촉면을 넓혀 나갈 것으로 파악됐다.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에 대비한 외연 확장을 위해 이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전날 경제단체가 주관한 공식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공개 행보가 당정에 포진돼 있거나 내년 총선에 나설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출신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유 변호사는 지난 3일 MBN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는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이 조금씩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두고 이들이 보수세력을 규합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연합이나 소통이 있다면 TK를 중심으로 보수의 세가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더 활동해 주시면 보수의 영역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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