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서 적는 메시지 |
(서울=연합뉴스) 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을 겪다 자신의 일터에서 참변을 당한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됐다. 지난해 9월 14일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소속 20대 직원이 2년여간 스토킹을 당하던 입사 동기에게 살해된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 후 당국은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스토킹 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유감스럽게도 스토킹 범죄 위험은 여전하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드러난다. 올해만 경찰에 입건된 스토킹 범죄가 벌써 7천건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경찰에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7천545명이다.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로 보면 약 2년간 1만8천362명이 검거돼 이 중 65.1%(1만1천950명)가 경찰 수사에서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의 피해자 안전조치도 올해 상반기에만 3천754건에 달했다. 지난해 1년 동안에는 7천91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20건의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아직 많다. 스토킹 범죄 특성상 추가 범죄를 막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피해자 보호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 같은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이 11%에 달했다. 올해 7월 인천 남동구에서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사건에서도 접근금지 명령이 소용없었다. 이 사건 피해자 유족이 지난 8일 피해자의 사진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범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올린 글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 글에 따르면 피해 여성의 스토킹 신고로 법원이 가해자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도 내렸고, 특히 피해자는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으로 스토킹 방지용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지 나흘 만에 출근하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반납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스토킹범이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경찰이 이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긴박한 상황에서 제때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6월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스토킹 가해자에게 판결 이전에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1월에나 시행된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2월까지 선고된 법 위반 1심 판결 636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11.2%에 그쳤다. 벌금형(32.5%)과 징역형 집행유예(32.1%)가 가장 많았다. 벌금형도 91.8%가 500만원 이하였다. 정 교수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스토킹이 매우 엄격히 처벌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형도 대체로 8개월 이하의 단기 징역형이어서 양형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스토킹 방지법'이 시행되는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공포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하다. 스토킹 범죄 위험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피해자 보호 수요에 비해 경찰 지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일터에서, 출근길에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좀 더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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