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12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7545명이다. 이 중 4942명(65.5%)이 검찰에 송치됐고 나머지는 불송치(33.0%) 또는 수사중지(1.5%) 처분을 받았다.
스토킹처벌법 시행(2021년 10월21일) 이후 약 2년간 1만8362명이 검거됐고, 65.1%(1만1950명)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 뒤인 지난해 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을 겪다 살해당한 신당역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1년이 더 지났지만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다.
스토킹 범죄 특성상 추가 범죄를 막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등 피해자 보호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긴급응급조치란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경찰이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는 조치다. 잠정조치는 법원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내려지는 더 강력한 조치로 1∼3호(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이용 접근금지)에 더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구금(4호)까지 가능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재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결정된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1.0%(긴급응급조치 사후승인 6030건, 위반 662건)였다. 같은 기간 잠정조치 1만2008건 중 위반율은 8.0%(955건)에 달한다. 올해 1∼7월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위반 건수는 각각 189건, 364건이다.
지난 7월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도 앞선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로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보호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자 정부는 올해 6월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가해자에게 판결 이전에도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1월에나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모든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기는 어려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 스토킹처벌법 위반 판결 상당수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쳐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 등도 나온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고된 법 위반 1심 판결 636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11.2%(71건)에 그쳤다. 인신을 구속하지 않는 벌금형(32.5%)과 징역형 집행유예(32.1%)가 가장 많았다.
벌금형도 300만원 이하가 71.5%, 500만원 이하로 넓히면 91.8%였다. 공소 기각 역시 21.9%(139건)에 달해 5건 중 1건이 형사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별 뒤 ‘찾아오지 말라’는 경고를 듣고도 옛 연인을 두 차례 찾아가 “나를 이용해놓고 버렸냐”며 소리치거나 현관문을 두드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은 지난 5월 서울북부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차 접근 행위만으로는 스토킹 범죄가 구성되지 않고, 설사 스토킹이라고 해도 단 2회에 그쳐 반복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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