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가 3.4% 급등…추석연휴 겹친 9월에 더 오를 수도
"9월부터 전월비 0.2%씩 오를 경우 물가 전망 상향 불가피"
10월, 전기가스요금 역기저에 전년동월비 물가, 0.3%p 하락 전망
국제유가 연말까지 90달러 유지한다면 상향 전망
사우디 석유 시추 시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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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4%까지 급등한 상황이라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의 올해, 내년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한은은 물가전망 상향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고 있다.
“전월비 0.2%씩만 올라도 한은 전망 상회”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이후 연말까지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씩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올해 물가상승률은 3.6%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더구나 9월에는 추석 연휴까지 있어 물가상승률이 8월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전월비 물가상승률 0.2%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전월비 물가상승률 평균치 0.2%를 가정한 수치다. 8월에는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1.0%로 종전 상승률보다 유독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또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씩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상반기 월별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 역시 3%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2.5%로 가정했는데 이보다 훨씬 높아지게 된다.
*9월 이후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씩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 추이, 주황색 그래프는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0.2%이되 10월에 특수요인으로 10월 물가상승률이 9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할 경우를 가정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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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기 때문에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평균 0.1% 상승률로 낮아질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은 아직까지 물가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9월 물가는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10월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내외 수준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보는 데는 8월과 이유가 비슷하다. 8월에는 석유류와 농산물이 전년동월비 각각 8.1%, 10.5% 올랐는데 9월 역시 석유류에 대한 역기저효과가 작용하는 데다 추석 연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8일 기준 시금치, 쌀(20kg) 등은 1년 전보다 10% 안팎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릴 만한 명확한 요인이 있다. 작년 10월 전기·도시가스요금이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7.4원, 메가줄(MJ)당 2.7원 올랐다. 그로 인해 올해 10월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기저효과만으로도 올 10월 물가상승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전월비 0.2%씩 오르되 10월에만 특수 요인으로 9월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3.3%)보다 0.3%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3.0%)할 경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한은 전망치인 3.5%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내년 상반기에도 0.2%씩 오르게 되면 내년 상반기 평균 물가는 2.8% 수준이 된다. 이 역시 한은 기존 전망치(2.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유가 수준, 아직은 한은 전망치 안 벗어나”…앞으로가 관건
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은 점은 물가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반기 이후 지난 주 8일까지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83.6달러, 83.8달러로 한은 전망치(브렌트유 기준 84달러)를 벗어나진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가 수준이 90달러를 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에는 물가 전망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80.4달러이며 연말까지 현 수준인 90달러를 유지한다면 연평균 83.5달러, 95달러시 85.1달러, 100달러시 86.7달러로 한은의 기본 전망(연간 두바이유 평균 83달러)을 상회하기 때문에 물가 전망치 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산유국들의 적정 수준 가격 유지에 대한 의지로 유가의 하방지지력 또한 높은 편이다. 유류세율 인하가 10월말까지 연장됐으나 세수 부족에 11월~12월에는 원상복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가 오름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수입물가, 생산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부담이다. 7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전월비 각각 0.4%, 0.3% 올라 석 달,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8월에도 유가가 소폭 올랐고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3.6%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물가 상승세가 8월에도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눈에 띄는 물가 둔화 요인은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다. 외식, 개인서비스는 작년 9월 각각 9.0%, 6.4%까지 치솟은 뒤 추세적으로 하락, 올 8월 5.3%, 4.3%로 떨어졌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가계 초과저축 소진이 빠르지 않아 소비 둔화에 따른 서비스 물가의 하방 압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 초과저축은 팬데믹 이후 최대 129조원 축적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추석 연휴가 6일까지 늘어난 상황이라 내수 지원책이 서비스 물가 하락세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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