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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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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건강검진 결과도?”...보험사에 어디까지 알려야할까 [어쩌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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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보험계약을 할 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고지의무입니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에게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를 말합니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측의 사정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보험계약자가 보험을 들고 싶다고 청약을 할 때 이 계약을 인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법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자 측에게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보험사에 알리도록 하는 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보험계약자 측이 고지의무를 위반하게 되면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합니다. 단,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서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고지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하는지, 상법이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상법은 보험사가 서면으로 보험계약자 측에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한다고 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험사가 서류로 질문한 사항에 대해서는 꼭 제대로 고지를 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습니다.

실제 보험에 가입하는 과정을 보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 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이라는 제목의 질문표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고지의무를 이행하게 됩니다. 이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는데, 그중 최근 건강검진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서 질병확정 진단이나 질병의심 소견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보통 이 질문 아래에는 “질병의심 소견은 의사로부터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를 말합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죠.

우리나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장려해 오고 있어 성인의 경우 보통 2년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검진을 받고 나면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받게 되는데, 30대까지는 이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별다른 기재가 없을 수 있지만, 40~50대의 경우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어떤 질병이 의심되니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거나 의사를 만나 상담을 해보라는 문구가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기재돼 있는 경우 이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보험가입 시 작성해야 하는 질문표에서 묻고 있는 질병의심 소견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볼 수 있다면 보험계약자들은 보험가입 전 3개월 내에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까지 보험사에 알려야 할 것입니다.

금감원 “건강검진 결과도 보험계약 시 고지의무”
매일경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보험계약 체결 전 건강검진 결과 ‘당뇨병, 고지혈증 의심소견’의 통보서를 받은 사안에서 단순 건강검진 결과 받은 의심소견(이상소견)도 모두 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 이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즉, 금감원은 건강검진 결과통보서가 소견서와 명칭이 다르지만 의사의 소견이 기재된 서류라는 점에서는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기재된 소견도 보험청약서상 질문에서 묻고 있는 질병의심 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죠.(분쟁조정사례 2022년 11월 30일 금감원 홈페이지 등록)

금감원의 이런 판단 이후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이 체결된 지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은 계약에서 보험계약자 측이 암, 뇌·심혈관계 진단비 등 고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면, 피보험자가 보험가입 전 3개월 내에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이 없는지 집중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2년 마다 건강검진을 받고 40대가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질병이 의심되니 추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받는 상황에서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소견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보험계약 시 그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을 테고 보험사는 제법 높은 확률로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꺼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실제로 건강검진 결과통보서 내용을 보험계약 당시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 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런 판단에 대해 다소 의문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법무법인 한앤율 한세영 변호사는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 보험계약자 측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당수는 따로 몸이 아파 병원을 방문해 의사로부터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받은 결과통보서를 소견서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고의는 물론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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