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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11시간 '소환' 성적표 'F'… 李 "증거 없더라" vs 檢 "불성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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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없는 ‘F’…12일 추가 조사 위한 재소환 추진

李 신문조서 서명 거부…“취지 반영 제대로 안 돼”

檢 “말꼬리 잡기식 답변에 조사 차질…억지 부려”

대북송금 의혹 제3자 뇌물혐의 피의자 조사 ‘난항’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해 11시간 만에 귀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며 청사 밖을 나섰다. 검찰은 신문조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열람을 중단한 이 대표를 향해 “말꼬리 잡기식 답변으로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 억지를 부렸다”고 반박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어 다섯 번째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와 검찰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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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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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 따르면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쯤 시작됐다. 이 대표는 11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9시40분이 넘어서야 검찰청사를 나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는 오후 6시40분까지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단식 중인 이 대표의 상태를 고려해 민주당 측이 당초 약속한 심야 조사가 어렵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식사를 거른 채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하는 방식으로 조사에 임한 그는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40분간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을 진행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을 만난 이 대표는 “예상했던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면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성태(쌍방울 그룹 전 회장)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 도정 관련 이야기로 긴 시간을 보냈다”면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보겠다는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악습”이라며 “그럴 힘으로 경제에 더 관심을 갖고, 국민의 민생 문제에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내고,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정부가, 또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검찰의 갈등은 신문조서 열람 과정에서 극으로 치달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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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9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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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번째 검찰 소환조사, 李 “정치검찰에 연민”

이 대표는 120쪽 분량의 조서 가운데 40쪽 분량만 확인한 뒤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의 취지가 반영 안 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열람하는 의미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조사에서 검찰의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서면 진술서를 인용한 뒤 대부분의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내놓았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 내내 구체적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했다”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전날 언론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늘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질문과 무관한 진술 내용을 다 반영해줬는데도 조서에 누락된 게 있다며 이 대표가 날인을 거부했다. 누락된 내용을 반영해주겠다고 하는데도 ‘그만하자’며 나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백현동 특혜의혹과 묶어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영장 청구를 고려했던 검찰 측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추석 전에는 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지연 전략이 아니겠냐는 의심마저 든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다음 출석 일정을 오는 12일로 못 박았으나 이를 두고 오히려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나머지 조사를 위해 2차 소환 통보를 한 것에 대해 “제가 무슨 힘이 있냐.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조사를 다 하지 못했다고 다시 소환하겠다고 하니 날짜를 협의해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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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11일째인 10일 국회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자리에 누워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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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재소환’ “李가 먼저 요구” vs “일방적 소환”

반면 검찰은 “이 대표 측은 조사 도중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에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에서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 측에서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며 검찰에서 먼저 한 차례 더 출석요구를 했다고 왜곡해 비난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수원지검의 조사 직후 검찰이 조사를 지연시켜 ‘망신주기’식 추가 소환을 유도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양 측은 향후 치열한 수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싼 진실 규명도 당분간 엇박자를 드러낼 전망이다. 이 대표를 대신해 언론 브리핑에 나선 박 변호사는 “이 대표는 검찰에 김성태 전 회장이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주 구체적으로 (검찰에) 설명했다”며 “이용당하는 것을 경계했고, 접근을 아예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800만 불을 받아먹은 사람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 통화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스마트팜 보고 내용이 담긴 국정원 문건에 대해선 “합법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북한에) 현금 지원을 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고, 현금 지원을 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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