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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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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수사 연속성’에 방점 찍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법조 Zoom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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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에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는 말이 있다. 진실은 아무리 덮으려 해도 스스로 드러나는 힘이 있다.”

4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7일 부임한 신봉수 신임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의 취임사 중 한 대목이다. 9일 수원지검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사를 이틀 앞두고 나온 취임사여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사실 이번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급) 인사의 관전포인트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아니라 수원지검장에 누가 가느냐였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의 유임이 일찍부터 예상된 상황에서 수원지검의 ‘이재명 수사’를 누가 맡아 힘 있게 밀고 갈 지에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다. 결국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전국 청의 특별수사를 지휘해온 신 검사장이 수원으로 향하면서 서초동에선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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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수 신임 수원지검장.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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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검장 교체… “반드시 성과 내라”는 메시지

그런 의미에서 신 검사장의 뼈 있는 취임사는 ‘이재명’을 향한 명확한 메시지로 읽힌다. 신 검사장은 취임사에서 “당사자만 볼 수 있는 증거기록을 빼돌려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범죄, 허위 증거를 날조하여 악용하는 증거 위조, 부당한 수사·재판 지연 등 이런 부분들로 인해서 형사 사법 절차가 무력화되면 궁극적으로 국민 보호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이런 사법 방해에 대해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수사 및 재판 관련 일련의 ‘사법방해’ 행위를 직격한 것이다.

신 검사장은 이번 ‘사법방해’ 의혹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었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통령을 수사할 때도 이 정도 수준의 사법방해는 없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배후세력들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검사들은 사법방해 수사 역시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래저래 논란이 많았던 대북송금 사건을 서둘러 매듭짓고, 향후 공판까지 책임지고 성과를 내달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신 검사장은 2018년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당시 윤석열 지검장, 한동훈 3차장과 근무하는 등 호흡을 맞췄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인 2019년 말에는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등 대표적 ‘특수통’ 으로 분류된다. 전임자인 홍승욱 수원지검장(현 광주고검장)은 ‘기획통’이긴 하지만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대북송금 수사도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사이 수원지검의 형사사건 미제가 크게 늘면서 검찰 내부에선 “해도 너무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수원지검 내부에선 후속 인사에서 신임 1차장검사로 ‘미제 전문가’가 등판해야 한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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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사람이 간 적재적소 인사” 평 다수

이번 인사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예상대로다”, “수사의 연속성”, “적재적소” 등으로 요약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뢰하는 간부들이 중용됐지만, 신규 승진자의 면면을 보면 ‘친윤’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검찰 간부는 “예상대로”란 인사 평가에 대해 “전 정권 알박기 인사로 인해 시끄러운 다른 부처에 비해 검찰은 빠르게 조직이 안정되며 이번 인사도 잡음 없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의 리더십이 건재하고 안정적인 인사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예상대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한 것도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연속성 차원이란 분석이다. 송 검사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특수통’으로 꼽힌다. 여기에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까지 구성하면서 반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31기)도 유임이 확실시된다.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장 인사도 주목할 대목이다. 남부지검장에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받는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29기)이 보임됐다. 남부지검은 금융기관과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관할해 전통적으로 중요도가 매우 높다. 대검에서 일선 검찰청의 선거·공안·노동사건을 지휘해온 김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힌다. 공안 뿐 아니라 특수수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남부지검장에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금융증권범죄에 더해 가상자산 수사 등으로 더욱 중요도가 높아진 남부지검을 총괄하며 내년 4월 총선 이후 선거수사도 철저히 하라는 인사로 풀이된다. 남부지검은 대형 금융범죄를 중점적으로 수사하지만 국회를 관할하는 검찰청이기도 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사건 수사 비중도 높다.

전국 특수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에는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29기)이 임명됐다. 한 검찰 간부는 “반부패부장에 올 분이 온 것”이라며 “특수수사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 측면에서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선거 사건 등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에는 박기동 서울중앙지검 3차장(30기)이 승진 임명됐다. 박 신임 검사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한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선 “대검 공공수사부장 승진 역시 모두가 예상한 적재적소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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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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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권 차출 여부가 관심인 가운데 법무부 주요 보직도 유임됐다. 핵심 간부인 신자용 검찰국장(28기)과 권순정 기획조정실장(29기)을 유임시켜 안정적 법무행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민청 신설,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추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등 한 장관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과제를 힘있게 끌고 가기 위한 인사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한 장관을 보좌하는 체제를 유지한 것을 주목할 만하다”며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12월까지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내년 초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 고위간부들이 영전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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