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제보] 직원들을 노예처럼 일 시켜도 '합법'인 회사를 복면 제보합니다 (글 : 정진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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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년째 광고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사회초년생입니다. 2년 전, 광고기획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던 저는 무작정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코로나19로 취업 시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었어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규모와 상관없이 어떤 회사라도 입사해서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이력서도 열심히 넣었고 구직사이트에 제 이력서를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광고회사의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구직사이트에 올려놓은 이력서를 봤는데 자신의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같이 일을 해보자는 겁니다. 간단하게 면접도 봤는데요. 당장 다음 주 출근이 가능하냐는 대표님의 물음에 조금 당황했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바로 출근을 결정했습니다.
하고 싶던 업무를 태어나 처음 '정직원'으로서 할 수 있게 된 기쁨도 잠시,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초년생들에게 '가스라이팅' 일삼은 대표
"내가 월급 주니까 너희는 나한테 충성해야 돼"
입사 후 알게 된 대표님의 진짜 모습. 바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저희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셨어요. 회의 중에 대표님이 원하는 긍정적인 반응을 직원들이 보이지 않으면 '다 잘라야 된다.'고 소리 지르며 화를 내곤 하셨어요.
업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대표님 방으로 불러 역시 소리 지르면서 화를 냈고요. 그런 모습에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무서웠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화를 낼지 예측이 안 되니 회사에 가면 손이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리더라고요.
대표님이 저희에게 습관적으로 하던 말은 바로 '내가 월급을 주니까 나한테 충성해라. 너희는 너희가 월급을 벌어온다고 생각하지 마라.'였습니다. 저희를 늘 위축되게 만들던 이 말. 사회 경험이 저희보다도 적은 인턴에게는 더 큰 압박이 됐던 모양입니다.
▶ 대표의 가스라이팅에 월급 100만 원으로 협의한 인턴
"고급 인력이 많이 들어올 거라서 네가 하는 일은 최저시급을 보장해 줄 수 없다."
저는 같은 회사의 인턴으로 일했던 20대 청년입니다. 대표님은 늘 저에게 '더 일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많이 부족한가 보다 싶어서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주말에도 업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지금 일하는 것만으론 월급을 주기 어렵다.'였어요.어느 날은 대표님이 저에게 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고급 인력들이 많이 들어올 예정인데 솔직히 너의 최저시급을 보장해 주기 어렵다.'고요. 광고 일을 배우고 싶지만 업무적으로 '제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자괴감이 들던 와중에 최저시급을 보장해 주기 어렵다는 말을 듣자 '이대로 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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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말처럼 저희가 진짜 일을 안 하고 부족하게 했냐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연일 야근에 주 7일 근무... 수당도 없고 연차도 없었다
근로계약서상 저희 근무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였습니다. 하지만 밤 9시, 10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하는 것이 부지기수였어요. 광고회사 특성상 야근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큰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평일에 몇 시간씩 야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도 업무가 계속됐다는 겁니다. 대표님은 200쪽 이상 분량이 되는 자료를 두세 개씩 넘겨주며 월요일에 진행할 업무를 미리 준비해 오라고 했어요. 하지만 주말까지 계속되는 업무보다 더 괴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대표님의 '전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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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주말 아침부터 제게 전화를 걸어 업무 관련 통보를 잠깐 한 후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근태를 지적하며 '누구를 잘라야 된다.'는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하곤 했습니다. 쉬는 날 없이 업무에 시달리면서 대표님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도 해야 했는데요.
"야간수당과 주휴수당을 언급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ATM기계인 줄 아냐.' 였어요."
연차 또한 마음대로 써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한 달 전부터 연차를 쓰겠다고 보고를 하지만 막상 연차 쓰기로 한 전날이 되면 일해야 되니 쉬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퇴직금 포기하고 11개월 만에 퇴사를 한 이유
이 회사를 지금도 다니고 있냐고요? 아니요. 11개월을 다닌 이후 퇴사했고, 현재는 같은 업계로 이직을 한 상태입니다.
사실 저는 이곳에서 최소 2년은 버텨 보려고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이직을 위해서 최소한의 이력은 채워야 된다고 생각했고, 퇴직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도 걸려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퇴사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월급을 줄 수 없다는 대표님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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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 더 버티면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퇴직금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일했던 직원 중에 1년 넘게 근무한 후 퇴사했지만 여전히 퇴직금을 못 받고 있는 직원을 봤기 때문이에요.
야간수당, 주휴수당 미지급, 연차 없음,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대표님의 감정적인 '갑질'에 저희들끼리 '신고하자.'고 말은 했었습니다. 하지만 못 했어요. 사실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어디에 신고를 해야 될지도 잘 모르니까요.
신고를 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었을까요? 해당 회사 대표의 갑질 중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도 있는데요. 이 회사의 대표가 20대 사회초년생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던 이유, 바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복면제보는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하나 변호사, 차희연 심리학자와 함께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수당 없는 야근과 주말 근무 견디는 직원들, 월급 100만 원 인턴... 무슨 심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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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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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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