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추모비에 헌화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이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지난 1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 참석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4일 중앙일보에 밝혔다. 조총련이 ‘반국가단체’인 만큼 이는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의미다.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8조는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 회합·통신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규현 국정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보고에서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 경위와 관련, “실제 상황에 대해 파악 중이고 일본 정보기관과 협력을 통해 팩트 체크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발언과 활동을 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발언에 따라서는 국보법 위반 여부도 논의될 수 있어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통일부도 윤 의원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은) 법 위반에 해당되고, 통일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교류 원칙 체계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관련한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국회 사무처를 통해 외교부에 제출한 ‘일본 출장 출영·환송 협조 요청’ 공문에서 지난 1일 참석한 행사명을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100년 도꾜동포추도모임’이라고 적었다. ‘간토’ ‘도쿄’란 한국 표기법이 아닌 북한식 표현을 그대로 쓴 것이다. 그러면서 행사 주최자인 조총련은 숨기고 대신 정의기억연대가 주축인 국내 단체인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를 적어냈다.
윤 의원이 실제 참석한 1일 행사엔 허종만 조총련 의장, 박구호 제1부의장 등 현 조총련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이들 대부분 현재 방북 시 일본으로 재입국하지 못하도록 일본 정부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들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인사로 규정했기 때문인데 한국 국회의원이 일본의 제재 대상 인사들을 만난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 소지이자 국제적 제재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붙임 서류로 제출한 ‘윤미향 의원 일본 출장 일정(안)’에서 1일 ‘학살 추도식’ 이후 같은 날 오후 4시 문부과학성 앞에서 ‘(조총련계) 조선학교에 대한 고등학교 무상화 적용을 요구하는 금요행동’에 참석하겠다고 적었다. 조선학교는 2013년 아베 신조 정부로부터 “북과의 밀접한 관계가 의심돼 취학 지원금이 수업료로 쓰이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무상화 제도에서 배제됐는데, 윤 의원이 이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학교 무상화 문제는 일본에선 친북 문제가 얽힌 논란이 컸다. 조선학교 중 최고 교육기관인 도쿄의 조선대학교는 2016년 창립 60주년 행사 때 ‘미국과 일본의 괴멸(壞滅)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김정은에게 보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한국에서도 조선학교 구성원은 조총련 구성원처럼 ‘남북교류협력법’에서 규정하는 ‘북한 주민 의제(擬制)’에 해당한다.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은 북한의 주민으로 본다’는 뜻이다. 실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에 ‘조선학교 방문·접촉도 사전신고 대상인지’ 묻자 통일부는 4일 “조선학교는 조총련계 단체로 사전 접촉 신고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윤 의원이 1일 실제 ‘조선학교 무상화 시위’에 갔는지에 대해 윤 의원 측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박현주·김준영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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