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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홈쇼핑 갈등은 위기 신호…성장 동력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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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진화와 글로벌 확장속 미디어 산업의 미래

"콘텐츠·플랫폼 동반성장 필요"

최근 유료방송 업계와 TV홈쇼핑 간 송출수수료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이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과 콘텐츠 시청 패턴 변화로 유료방송 시장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4일 열린 'AI의 진화와 글로벌화 확장 속 국내 미디어 산업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송출수수료 분쟁이 유료방송 산업 핵심 재원에 나타난 위기 신호로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아시아경제

'AI의 진화와 글로벌화 확장 속 국내 미디어 산업의 미래' 참석자들이 유료방송 성장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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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IPTV) 매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1조324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8.6% 에 달한다. 2018년 20%를 돌파한 이후 지속적 상승세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홈쇼핑 상위 4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4% 급감했다. 갈등이 발생한 배경이다. 이 교수는는 이를 유료방송의 핵심 재원에 나타난 위기의 신호라고 진단했다.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한 위기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지형의 변화, 세대 문제"라며 "홈쇼핑을 선호하는 세대가 버티는 시간이 늘어나면 위기가 늦춰질 수 있으나, 계속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유료방송 시장이 성장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는 현상보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TV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대화면으로 OTT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광고와 커머스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성장에 대응해 혁신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제시카 푹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연구원은 '글로벌 비디오 트렌드와 전망'을 주제로 발제했다. 푹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전략은 플랫폼에 보석이 될 콘텐츠를 찾는 것"이라며 "예컨대 인도 사업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로컬 사용자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넷플릭스가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는 김정현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정환 부경대 교수, 이지은 법무법인 세종 선임연구원,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가 참여했다. 곽 연구위원은 1인가구 증가세와 이들이 유료방송 대신 OTT를 본다는 점에 주목하며 "결합상품, 저가 상품에 의존하는 유료방송의 장기적 전망이 밝지 않다. 코드네버(유료방송에 가입해보지 않은 사람들)가 사회 주류가 되는 시점에서 유료방송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 부문의 취약한 경쟁력이 K콘텐츠의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를 과도하게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미 발생 중"이라며 "콘텐츠와 플랫폼의 동반성장을 통해 OTT 확산이 만든 미디어 국경의 소멸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지 교수는 현재 상황을 '위기의 고착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촉발하는 주요 원인이 국내가 아닌 해외 사업자의 시장 잠식에 의해 시작돼 현재 상황이 향후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OTT는 글로벌 시장 규모에 비례해 콘텐츠 제작 비용을 늘리는 반면, 국내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제작비는 기본적으로 내수 시장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생산된 영상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직접 유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글로컬(글로벌·로컬)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로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육성전략이 필요하다"며 "웹툰 플랫폼이 글로벌로 나간 상황을 보면 한국 콘텐츠 외에도 현지 콘텐츠를 유통하고, 현지 작가를 채용한다. 국내 콘텐츠만 유통하고 전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글로벌 유통 역량을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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