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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바다다. 바닷속에 있는 해조류 때문에 가끔 물빛이 붉은빛을 띠는 일이 있기 때문에 ‘홍해(Red Sea)’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 보면 투명한 물빛은 그야말로 에메랄드 보석 같다. 홍해 연안은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가 몰려 있다. 이집트 룩소르 신전과 요르단 페트라 유적,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이산,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관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를 한 번에 둘러보는 데는 ‘홍해 크루즈’ 여행이 제격이다.
●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
홍해 크루즈는 겨울 시즌에 출발한다. 중동 지역의 여름은 너무나 덥기 때문이다. 11월에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한다. 항공편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한 후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이집트 기자지구의 피라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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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집트 고대 문명 탐방으로 시작한다.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기독교의 주요 성지순례지이기도 하다. 먼저 올드카이로에서는 모세가 건져진 나일강 물이 있던 곳에 세워진 모세기념 교회, 예수님을 임신한 성모마리아와 요셉이 피난했던 성가정피난 성당도 순례할 수 있다.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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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 핫셉수트 장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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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가 항구에서는 고대 이집트 왕조의 종교적 수도였던 룩소르를 찾아갈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 핫셉수트 장제전 등 고대의 무덤과 사원이 장엄한 사막과 나일강의 풍경과 어우러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이다.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단에 있는 샤름엘셰이크 해변 휴양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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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산 기슭에 세워진 성카타리나 수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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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단에 위치한 샤름엘셰이크 항구는 이집트의 ‘리틀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최고의 휴양지다. 이곳에서는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 걸었던 시나이반도를 체험할 수 있다.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이산 기슭에는 성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성서에 나오는 ‘불타는 떨기나무’가 있던 곳으로 소문이 났던 장소에 세워진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이다. 수도원 박물관에는 화려한 성상과 그리스어, 아랍어, 히브리어, 콥트어, 그루지야어로 작성된 채색 필사본 성서가 보관돼 있다.
홍해의 시나이반도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길게 들어가 있는 만에 위치한 아카바는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다. 요르단은 1965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영토 교환으로 아카바 항구를 확보했다. 요르단은 석유가 나오는 사막지대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내어주고, 아카바만의 바다에 접해 있는 연안 16km를 얻어냈다. 요르단은 산유국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내륙국 신세를 겨우 면한 것이다. 이 작은 항구를 통해 요르단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치는 홍해 크루즈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명함을 내밀게 됐다.
요르단 페트라의 1.2km 구간의 바위 협곡인 알시끄를 지나면 웅장한 건축물인 알카즈네흐가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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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즈네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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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아카바 항구에서 차로 2시간 정도 와디룸 사막을 지나 달리다 보면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페트라가 나온다. ‘사막의 붉은 장미’로 불리는 경이로운 고대 문명 도시다. 기원전 1세기경부터 사막의 대상(隊商) 무역을 하던 나바테아인들이 세웠던 고대 왕국의 수도다. 1.2km 길이의 바위 협곡인 알시끄가 끝날 즈음 거짓말처럼 ‘알카즈네흐’가 등장한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마지막 성배’에 나왔던 신비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다. 25m 높이의 코린트식 기둥이 정면을 받치고 있는 형상으로 1세기경 나바테아 왕의 무덤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잘 알려진 페트라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과 왕궁, 신전,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까지 정교한 건축물이 가득하다. 특히 빗물을 저장하는 댐과 저수지, 수로 등 치수시설에 높은 기술을 갖고 있었던 덕분에 사막에서도 1년 내내 물 부족 없이 살 수 있어 여행자와 상인들을 위한 도시로 융성할 수 있었다. 물 관리를 잘했던 나바테아 사람들은 요르단 페트라뿐 아니라 와디룸 사막(붉은 모래사막)을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에도 고대 문명도시 ‘헤그라’를 세웠다.
페트라의 낙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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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페트라에는 약 2000년 전에 지어진 로마 시대의 유산도 많이 남아 있다. 계곡의 남쪽 끝에 바위를 파내어 만든 서기 1세기의 원형 극장이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극장은 무려 85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마이크 없이도 무대에서 말하는 소리가 객석 끝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최고의 음향효과를 자랑한다. 넓은 페트라 유적지를 걸으며 돌아볼 수도 있지만, 낙타와 마차, 당나귀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는 경험도 추억이 된다.
● 홍해의 보석 같은 바다 풍경 여행
홍해 크루즈선 MSC오케스트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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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선상 수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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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의 공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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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는 세계적인 해변과 문화유산, 건축물, 자연경관 등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해변과 사막 지역이라 이동 교통편이 쉽지 않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은 먹고, 쉬고, 자는 동안 선박이 도시 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출발하는 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크루즈여행닷컴 1599-1659).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90m에 이르는 이 선박에서는 다채로운 공연과 파티가 열리며 레스토랑, 바,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홍해 지역의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인 식사에 술을 곁들이거나 여흥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크루즈 선박은 항구에서 떠나 공해상으로 나가면 선박 내에서는 음주와 여흥이 자유롭기 때문에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해 크루즈는 사우디 최대 항구도시 제다에도 기항한다. 제다는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오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었다. 중세시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몰약,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순례객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해 메카로 떠났다. 제다 항구에 있는 메카 게이트에서 낙타를 타면 1주일 만에 메카에 도착했다고 한다. 제다 항구의 시장에는 지금도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제다의 구시가지인 알발리드 구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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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해안의 해상 모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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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다양한 음식 문화가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구시가지인 알발리드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헤자즈’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집집마다 창문이 화려하게 장식한 나무 베란다인 ‘로샨’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물은 세월 탓에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삐뚤빼뚤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이 밖에도 제다에는 호안 미로 등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해상 모스크와 아쿠아리움, F1 경기가 벌어지는 해변 도로, 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까지 볼거리가 많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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