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론·지지율 하락' 수세 반전 포석…지지층 재결집·'정권 심판론' 조기 띄우기
일각 '방탄용·국면전환용 단식' 비판 속 여론이 열쇠…비명계 "국민을 납득시켜야"
이재명 대표, 단식농성 돌입 |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설승은 정윤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무기한 단식'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임기 반환점이자 정기국회 개원을 하루 앞두고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데는 안팎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다중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발 사법리스크 장기화와 9월 구속영장 청구설, 그에 따른 내홍 심화와 대표직 사퇴론 분출, 당 지지율 하락 등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극단적 투쟁 방식인 '단식'을 통해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한편 흩어진 지지층을 재결집해 연말까지 이어질 정기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일찌감치 '정권 심판론'을 띄우려는 의도도 다분히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무능·폭력 정권'으로 규정하며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3천자 분량 회견문의 상당 부분은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지적하는 데 할애됐다.
여야가 대치 중인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논란 등 정국 이슈를 총망라했다.
또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2년 가까이 4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 스토킹"이라며 조만간 있을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여론전도 폈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하는 이재명 대표 |
이 대표의 이날 '단식' 선언은 깜짝 발언이긴 했으나 본인은 이미 며칠 전부터 결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결심을 알렸다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참모진 중 일부는 건강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지만, 본인 의지가 너무 강했다"며 "당 대표로서의 당무와 공식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겠지만 건강 상태를 보며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 본관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무기한 단식'으로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이에 당내에서는 단식을 마칠 수 있는 명분을 미리 마련해둬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벌써 여당에선 "방탄용 단식", "민생 발목잡기" 등의 비판이 쏟아지는 만큼 행여 모를 여론 역풍을 우려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단식 선언은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라며 "이 대표의 희생적 결단이 정치적 묘수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조차도 싸늘한 반응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왜 단식을 하는지 국민이 납득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정기국회 시작하면서 단식을 시작하면 의원들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 자신의 국면 전환용은 될지언정 당을 총선 승리로 가져가는 투쟁 방식은 아니다"라며 "게다가 정치적 타협점이 없는 이런 식의 투쟁은 국민이 평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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